"아세안서 가치외교는 난제
선택 강요 인상 줄 필요 없어"
자유민주적 가치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역내 존재감을 키워가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접촉면 확대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윤 정부가 공 들여온 규칙 기반 국제질서 수호, 공급망 안정 등에서 아세안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아세안 대외노선에 대한 세심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교한 외교적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은 지난 1일 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진영 갈등에 대처하는 아세안의 전략과 정책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윤 정부가 "가치외교 노선을 견지하더라도 (아세안의) 선택을 강요한다는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최 센터장은 "아세안에서 가치외교는 여전히 난제"라며 "미국과 서방이 주창하는 가치외교 앞에서 싱가포르·인도네시아·베트남과 같이 아세안 대외정책 수립에 영향력이 큰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 불가'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을 발표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아세안은 미중 모두와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다층적 연대외교(multi-alignment)를 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중 경쟁 파고에도 '마이웨이'를 견지하는 아세안 대외노선을 고려해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내년 한-아세안 수교 35주년을 계기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출범이 예정된 만큼, 상호 호혜적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평가다.
일례로 아세안이 미중 경쟁 심화를 글로벌 공급망 참여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진출 및 디지털 전환 등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이 아세안에겐 매력적인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센터장은 한-아세안 관계의 '확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아세안 회원국 중 권위주의 모델을 채택한 국가들도 적잖은 만큼, 중국·북한 등과의 우회 소통채널 확보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최 센터장은 "베트남과 중국 간에는 대화 채널이 건재하다"며 "중국과 협력을 모색함에 있어 베트남에도 일정 정도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의 전략적 가치와 활용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아세안을 중립적인 공간으로 남겨두고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이 한국에게도 전략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