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노인회장 "사진이라도 때리겠다"
민형배 "흠집 낼 목적으로 티 나게 오버"
혁신위 활동 기한은 앞당겨 조기 종료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후폭풍이 이어지며 여야 간 공방도 한층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의 화살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김 위원장에게 이른바 '사진 따귀'를 가한 것을 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사과를 하러 찾아간 김 위원장에게 노인회장이 간접적 폭력을 휘둘렀단 비판을 쏟아내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 따귀를 둘러싼 여야의 시각은 엇갈린다. 여당은 민주당의 사진 따귀 역공을 '끝나지 않는 패륜'이라고 규정짓고 결국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혁신위원인 이해식 의원은 지난 4일 앞서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라며 김 위원장의 사진을 가격한 것과 관련해 "명백한 폭력"이라고 규정지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폭력"이라며 "영상을 보면서 내 뺨도 화끈거렸다. 아마 모든 사람이 그랬을 것이다. 더욱이 여성들은 참기 어려운 치욕과 분노를 느꼈을 법하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간접적인 폭력행위를 당해야 할 만큼 잘못한 것일까. 사과를 하러 간 사람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대하는 것이 후대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르신의 올바른 처신일까"라고 물었다.
지난달 30일 혁신위원 청년좌담회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여명 비례 투표' 발언으로 김 위원장은 물론 민주당 전체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지난 2~3일 이틀 사이 네 차례나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의 뜻을 전하고 고개를 숙였다. 김 회장이 김 위원장의 사진을 면전에서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연달아 "정신 차리라"라고 촉구하는 일명 '사진 따귀 퍼포먼스'는 지난 3일에 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사과 불과 하루 만에 민주당은 사진을 때린 노인회의 처사를 문제 삼았다. 사과를 하러 간 여성에게 가해진 사진 따귀가 "명백한 폭력이자 모욕적 행위"라는 '프레임 전환'으로 지지층 결집을 확고히 하려는 것이다. 김 위원장에 대한 사진 따귀를 젠더 관련 이슈로 규정한 것뿐 아니다. 민주당은 김 회장이 과거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점도 거론하며 역공에 나선 모습이다.
민형배 의원도 사진 따귀와 관련해 김 회장을 저격했다. 민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난데없는 폭력성이 몹시 불쾌하고 낯부끄럽다. 이 무더위에 온 국민에게 아주 기괴한 풍경을 목격하게 만든다"라고 적었다.
이와 함께 "백번 퍼포먼스라 양보해도 '폭력'은 아니다. 정말 최악의 수를 두셨다"라며 "아무리 국민의힘 전신 정당 출신이라도 그렇지, 민주당 흠집 낼 목적으로 너무 티 나게 오버하신 데다 좁디좁은 그릇만 들켜버렸다. 되로 주고 말로 받으신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민 의원은 또 "하루빨리 '국민의힘 노인위원장'으로 갈아타시는 게 좋겠다"라며 "'분풀이'도 '폭력'도 그 직함과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강선우 대변인도 4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회장의 사진 따귀에 대해 "언론인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는지 여쭤보고 싶다"라고 반문했다.
여당은 사진 따귀로 정쟁이 확전된 데 대해선 "거짓사과쇼" "그치지 않는 패륜"이라며 민주당을 향한 공세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진정성은 눈곱만큼도 없던 김 위원장과 떠나가는 표심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민주당의 겉과 속이 다른 '거짓 사과쇼'였다"라고 했다.
또한 "남은 수명에 따른 투표권 행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지금까지 지켜온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진정한 민주당의 혁신은 김 위원장의 즉각적인 사퇴와 이재명 대표의 대국민 사과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어르신들은 이런 사과들을 두고 '악어의 눈물'이 아니냐고 분노하신다"라며 "'아바타' 혁신위 뒤에 숨어 한가로이 휴가 즐길 때가 아닌 듯하다. '당대표 빠진 사과 셔틀'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이럴 때 침묵은 금이 아니다"라며 "임명권자인 이 대표가 결자해지할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김예령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이해식 의원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라며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면서도 대한노인회 회장이 김 위원장에게 '명백한 폭력'을 행사했고 '치욕'을 안겼다며 억울해하니 아직도 '끝나지 않는 패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타 공인 철없는 김 위원장일지라도 이재명 대표를 위한 민주당 혁신을 주도할 인물이니 이 대표도 김 위원장의 철없는 태도를 그저 지켜만 보는 모양"이라고 했다.
혁신위를 두고 여야의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혁신위는 다음 주 초부터 약 2주에 걸쳐 대의원제 축소와 기득권 내려놓기 등을 포함한 여러 개의 혁신안을 발표하고 활동을 조기종료한다. 당초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혁신위 활동 기한이 이를 앞당겨 오는 8월 말쯤 마무리되는 것이다.
혁신위 지역간담회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혁신위는 당장 지난 4일 예정됐었던 충남 간담회, 5일 예정됐던 대전·전북 지역 순회 간담회 일정을 취소하는 등 공개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혁신안 발표 준비가 급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혁신위 활동 조기종료는 김 위원장이 노인 비하 등 구설수에 휘말리며 혁신 동력이 거의 상실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