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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쫓겨나자 9차선 차도로…시민 안전 위협하는 불법시위


입력 2023.08.06 09:05 수정 2023.08.06 12:0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도심 사거리 한가운데 위치한 '황색 안전지대'에 천막 쳐놓고 시위

차량 불법 주차, 주기적으로 모여 집회…무단횡단에 노상방뇨까지

시민 안전 볼모로 한 불법 시위지만 현실적 제재 방안 미흡

서울 양재동 염곡사거리 9차선 도로 한폭판에 있는 '황색 안전지대'에서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독자 제보

많은 사람이 오가는 인도에 천막과 현수막을 불법으로 설치해 놓고 시위를 벌이던 시위자가 행정대집행으로 쫓겨나자 이번엔 9차선 차도 한복판에서 시위에 나섰다. 교통사고를 유발해 본인은 물론, 무고한 시민들까지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라는 점에서 강력한 공권력 집행과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독자 제보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 염곡사거리 9차선 도로 한복판에 있는 ‘황색 안전지대’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2주 넘게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를 벌이는 A씨는 기아 판매대리점에서 대리점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된 후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서 지난 2013년부터 10여년 간 시위를 벌여 왔다. 해당 판매대리점 대표는 개인사업자로, 기아와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기아에 ‘원직 복직’을 요구해온 것이다.


당초 현대차그룹 사옥 주변 보행로와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허위사실 및 명예 훼손성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다수 설치하고, 원색적인 욕설을 섞은 소음을 유발하며 시위를 이어온 A씨는 지난 6월 관할 구청인 서초구청의 행정대집행을 통해 불법 설치물이 철거된 이후에야 자리를 떠났다.


당시 서초구청은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에 설치된 현수막 19개, 천막 2개, 고성능 스피커를 비롯해 인화성 물질인 가스통, 부탄가스 등 시위 물품을 철거했다.


하지만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타났다. 지난달 중순부터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m 떨어진 염곡사거리 중앙 약 700㎡ 넓이의 ‘황색 안전지대’를 점용하고 차량을 비롯해 천막, 현수막, 고성능 스피커, 취식 도구 등의 물품을 도로 위에 방치한 채 매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서울 양재동 염곡사거리 9차선 도로 한폭판에 있는 '황색 안전지대'에 놓인 불법 시위물품과 불법 주차된 차량. 독자 제보

A씨가 시위 장소로 점용하고 있는 황색 안전지대는 도로 중앙에 황색 빗금이 쳐진 곳으로, 교통사고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할 시 보행자와 위급 차량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공공의 대피 공간이다.


도로교통법 제32조 3항에 따르면 도로 위 안전지대는 사방으로부터 각 10m 이내부터 차량 정차나 주차가 금지돼 있으나 A씨 측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채 안전지대를 거점 삼아 위험천만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염곡사거리는 왕복 10차선에 이르는 서울시내 주요 도로인 양재대로와 강남대로가 인접한 곳으로 교통량이 많고 정체가 잦은 수도권 주요 혼잡 구간이다. 상습 정체뿐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양재IC를 비롯한 복잡한 교통체계로 인해 전국에서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염곡사거리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전국에서 네 번째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 장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A씨 측은 사거리를 지나는 차량들이 유턴하는 지점 인근에 천막을 세우고 시위 차량들을 불법 주차해두면서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다수 인원을 동원해 안전지대 한가운데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기존에도 혼잡도가 높은 염곡사거리 주변의 교통사고 발생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스피커와 현수막 등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왕복 9차선 대로를 무단횡단하기도 했다. 각종 시위 집기류를 옮기고 현수막을 안전지대와 도로 곳곳에 설치하기 위해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차도 위를 거리낌 없이 활보한 것이다.


아울러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안전지대 인근 도로변에 노상 방뇨를 하거나 안전지대 한복판에서 단체로 취식 및 노숙을 하고, 심지어는 안전지대 내 아스팔트 위에 현수막을 못으로 박아 고정하는 등의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안전지대 내 시위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안전지대에 차량이 주정차해 있거나 장애물이 방치될 시에는 시야가 막혀 위험하고 위급 상황에 대피할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지대에 서 있던 차량이나 사람이 다시 차로로 갑자기 합류할 때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시위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안전 난간 등이 없는 도로 위이기 때문에 돌발 상황 발생시 안전사고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있다.


서울 양재동 염곡사거리 9차선 도로 한폭판에 있는 '황색 안전지대'에서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뒤로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다수 보인다. 독자 제보

과거 A씨가 인도를 점유하고 10년 이상 시위를 벌였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도로 한복판 시위 역시 당장 막을 수 있는 현실적 제재 방안은 미흡한 상황이다. 저대로 방치한다면 인근 도로를 지나는 운전자들은 앞으로 몇 년간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특히 ‘인도 점유 시위’가 행정기관의 법 집행으로 저지됐음에도 불구, 도로로 나와 시위를 이어가는 것은 공권력을 무시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공권력의 제재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심 내 만연한 불법 시위로 안전권을 상시로 위협받는 시민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소음 기준이나 도로 점거 규제안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다 구체적인 수준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타인의 기본권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공권력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시위 장소를 벗어나 보행로나 건물 입구를 막거나 일반 시민을 욕설 등으로 위협하는 경우를 모두 불법으로 간주해 곧바로 경찰력을 투입한다. 프랑스와 일본은 차량을 도로에 세워 정체를 유발하는 등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시위를 금지하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언제까지나 타인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장되는 기본권”이라며 “불법 시위로 인해 시민의 안전권이 더는 침해되지 않도록 조속히 집시법을 보완해 모두에게 안전한 시위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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