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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왕' 윤재옥…대중 정치인으로 화려한 변신


입력 2023.08.07 06:00 수정 2023.08.07 06:00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경찰' 출신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시간 쪼개 출입기자와 활발한 소통

용산 뒷받치면서도 박광온과 찰떡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가 실수를 안 하려고 애쓰다 보니 기자분들에게 재미없는 정치인이지만,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하겠다. 사실은 딸 셋을 키운 아빠라 정 많고 눈물 많은, 이미지보다 따뜻한 사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취임 한 달을 맞은 지난 5월 11일 기자들과 첫 브라운백 미팅(점심 식사를 곁들이면서 편하고 부담 없이 하는 토론)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당 '군기 반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도 꼼꼼하고 엄격한 이미지의 정치인 중 한 명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미지보다 따뜻한 사람"이라는 그의 고백처럼, 윤 원내대표는 누구보다도 기자들의 질문에 성의있게 답해주고 소통하려 애쓰는 '츤데레(쌀쌀해 보이지만 다정한 사람)' 정치인이다. 그는 최근 한 기자에게 만화 뽀로로에 나오는 캐릭터 '루피'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는 매우 즐거워했다고도 전해진다.


그는 지난 4월 7일 원내대표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출입기자들과 두 차례의 브라운백 미팅과 다섯 차례의 티타임을 가졌다. 샌드위치 등 가벼운 점심식사를 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오가는 브라운백 미팅은 윤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실에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첫 브라운백 미팅에서 "여러분에게 차 한 잔 못 드리고 면담 신청에 응해주지 못한 죄로, 이렇게 소프트한 자리라도 만들어 인사를 드린다"고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월·목)와 원내대책회의(화·금)가 없는 수요일에 꼭 참석해야 하는 중요한 일정이 없으면 출입기자와 만나려 노력하고 있다. 기자들과 일곱 차례의 만남은 모두 수요일에 이뤄졌다. 사실 '비공개'로 시작한 티타임은 소문이 나면서 윤 원내대표를 만나고 싶어하는 기자들이 많아져 '공개'로 이어졌다.


국회본청 원내대표실 앞에서 소위 말하는 '뻗치기(무작정 기다리기)'를 하는 '말진(막내기자)'들이 안타까워, 윤 원내대표가 대표실로 불러 차 한 잔씩을 준 것이 시작이다. 윤 원내대표는 "집에 있는 딸들도 생각나고, 자식뻘 되는 기자들이 바닥에 앉아 일하는 모습이 무척 안타까워 뭐라도 대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2일에 열린 티타임은 당 공보실에서 신청 공지를 한 지 5분 만에 마감되기도 했다.


자신이 주재하는 원내대책회의를 비롯한 각종 회의 후 '백브리핑'도 웬만하면 직접 하고 있다. 백브리핑은 공식 브리핑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뒷이야기 등 현안을 더 자세히 설명하는 정치권 관행이다. 백브리핑을 통해 현안에 대한 취재가 이뤄질 때 기자들이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백브리핑을 부담스러워 하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 원내대표는 취재진 뿐 아니라 카운트파트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도 매주 월요일 오찬을 갖는 등 활발한 소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 '양평고속도로'부터 '순살 아파트'까지 각종 현안으로 여야 정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당의 '윤재옥·박광온' 원내대표팀과, '이양수·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팀이 그나마 양측 대화 통로를 열어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당 원내대표는 서로에 대한 신뢰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1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서 윤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향해 "나보다 부드러우신 분" "합리적 의회주의자" "대화가 되시는 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박 원내대표도 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원내대표는 대단히 대화가 잘 되는 분이고, 상대 고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이라며 "의회정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계신 분이라 앞으로도 깊은 대화를 통해서 좋은 결실을 반드시 만들어내고 싶다"고 화답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에 취임 100일 기념으로 만든 '스콘'을 윤 원내대표에게 전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사람 호흡은 좋지만, 여야 원내대표로서 양당 내부를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특히 여당의 경우는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회의 등 정부와 대통령실과의 국정운영 호흡을 맞춰야 해 더 까다롭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여당 원내대표에게는 의회 운영에 관여하고 싶어하는 대통령실·정부부처·외부 단체 등 굉장히 많은 단위들이 있다"며 "윤 원내대표의 리더십으로 관계 단위들을 설득하면서 의회정치 복원을 위해 힘써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경찰대 1기 수석 입학·졸업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윤 원내대표는 TK(대구·경북) 3선 의원으로, 원내대표로 선출되기 전까지는 사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정치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엿한 여권의 핵심으로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추며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윤 원내대표 취임 후 소속 의원들의 돌출 발언이 사라지면서 불필요한 원내발 논란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나 의원총회 참석을 독려하고, 당 의원들의 언행 관리도 엄격하게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의 최종 성적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문제 마무리, 9월 정기국회, 연말 예산정국을 거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선 윤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예정돼 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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