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영아유기죄, 특수성 띄는 법 조항…피고인만 선처 받아 가벼운 형량 내려진 것은 아냐"
"제도 미완성 됐던 과거 시절에나 있을 법한 법안…오늘날에 영아유기죄 적용하기엔 무리"
"아이 키우기 어려운 부모 존재하기에…형량만 무겁게 할 게 아닌 제도적인 보완 이뤄져야"
"피고인들 영아 살해할 고의 있는 듯…영아살해미수로 기소됐으면 더 높은 형 선고됐을 것"
탯줄이 달린 갓난아기를 종이봉투에 담아 길거리에 버린 20대 부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영아유기죄는 피고인의 특수성을 반영한 법 조항이기 때문에 형량이 낮다면서, 영아에 대한 인권 의식 및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점차 영아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15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5단독(이은혜 판사)은 영아유기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 씨와 20대 여성 B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29일 오후 11시께 부산 사하구 한 골목에서 신생아를 종이봉투에 담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동거 관계인 이들은 창원에 있는 주거지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범행 당일 택시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했다. 발견 당시 아기는 담요에 쌓여 종이가방 속에 있었으며 탯줄까지 달려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율샘 김도윤 변호사는 "영아유기죄의 경우 피고인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한 법조항이기에 일반적인 유기 범죄와 비교해 형량이 적다. 영아유기 사건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아이가 사망하지 않고 발견된 경우"라며 "만약 유기한 아이가 사망한다면 형 자체가 달라진다. 이 경우 영아유기치사죄로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영아유기의 경우 일반적으로 형량이 가볍게 내려진다. 해당 피고인만 선처받아 가벼운 처벌(집행유예)이 내려진 사례는 아니다"라며 "초범이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 그리고 미혼모는 집행유예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법의 형량을 높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곽 변호사는 "제도가 완비되지 않았던 과거 시절에나 있던 법이기에 지금에 와서도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이 법의 취지는 사는 게 어렵던 시절 법원이 '얼마나 오죽했으면 아이를 유기했을까'라며 부모를 배려해 줬던 것"이라면서도 "다만 여전히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부모들이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형량만 무겁게 할 게 아니라 기관에 맡기는 방법을 도입하든지 제도적인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우면 김한수 변호사는 "법원에서 정한 영아유기죄에 관한 양형기준에는 '참작할 만한 범행동기'나 '범행가담에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감경요소로 정하고 있다"며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아기를 양육할 능력이 없어 범행에 이른 점을 강경사유로 본 것 같다. 특히 유기된 아기에게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양형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지난 7월 형법 제정 70년 만에 영아 유기죄 및 영아 살인죄가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영아에 대한 인권 의식에 많은 변화가 있는 만큼, 이를 폐지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영아에 대한 범죄도 일반 살인죄, 유기죄가 적용되므로 영아의 생명권이 두텁게 보호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사회 분위기도 바뀌고 있어 향후 영아 범죄 처벌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판심 문유진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당시 영아가 출산 직후의 신생아인 점과 신생아를 쓰레기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종이봉투에 담아 남들이 구조하기 어려운 상태로 버린 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버린 시각이 밤 11시였던 점과 버린 장소 또한 고아원이나 경찰서 등이 아닌 사람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골목인 점에 비춰 보면 부모는 영아를 살해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영아유기가 아닌 영아살해미수로 기소됐다면 더 높은 형이 선고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