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이 '경선 첫날 이재명에 월등하게 후원금 모이면 모양새 좋을 것'이라며 부탁"
"쪼개기 방식 후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당시엔 몰라"
"李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갔을 때도 수천만원 후원…입증 자료 제출하겠다"
"대선 후원금 보냈다고 하자 이화영도 '고맙다' 해…李에게도 직접 얘기했다고 들어"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최근 법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억대의 쪼개기 후원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회장은 오랜 기간 지지한 이 대표 등 민주당이 자신에게 공격을 퍼붓자 대놓고 실망감을 내비쳤다.
이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9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그는 추가 처벌될 가능성을 감수하며 후원 사실 등을 고백하며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회사와 자신의 이익이 계산된 법정 진술일 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7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달 22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등 43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2021년) 대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약 1억5천만원을 이 대표 측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부지사가 '경선 첫날 이 대표 쪽에 월등하게 후원금이 모이면 모양새가 좋지 않겠냐'고 부탁해 직원 등 여러 명의 이름으로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쪼개기 방식의 후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는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 당시엔 몰랐는데,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제가 상처를 많이 받아 이번 기회에 말하게 됐다"고 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후원인이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자의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한도액은 1000만원이다. 타인 명의로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김 전 회장은 "기부금은 제 돈"이라며 "(쌍방울 직원들에게 부탁해) 쪼개기 후원한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찾아 검찰에 제출하라고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갔을 때도 수천만원 상당을 후원했다고도 밝혔다.
자신의 후원 사실은 이 대표도 아는 내용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대선 관련 후원금을 보냈다고 하자 이 전 부지사가 '고맙다'고 했고, 이 대표의 비서한테도 전화 왔다고 얘기해줬다"며 "이 전 부지사가 후원 사실을 이 대표 본인에게 직접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2020년 3월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모친상 때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구속기소)을 보내 부의금 100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법정에서 밝혔다. 그는 당초 1000만원을 준비했으나 언론 보도 등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액수를 줄였다고 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직자에 대한 경조사비는 5만원까지 허용된다.
검찰은 "당시 이 대표는 공무원이라 부조금으로 100만원을 받는 것은 금지된다. '금액이 많다'며 부의금을 돌려주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김 전 회장은 "돌려준다는 건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의 부탁으로 이태형 변호사 등 이 대표의 측근들을 계열사 사외 이사로 선임했으며, 이는 이 대표를 챙기기 위한 결정이었다고도 인정했다.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 변호사 등은 월 200∼300만원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전 회장은 "당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단체 등을 고소·고발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며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재차 부인했다.
김 전 회장은 증인 신문 동안 이 대표 등 민주당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 대표는) 자신한테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 사람한테 노상강도라고 표현했다"며 "열심히 자기를 지지했던 사람을 뜻이 안 맞는다고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이 대표는 쌍방울과 관계는 속옷 한 장 사서 입은 것밖에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정치인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너무 이상한 사람 만들길래 인간적으로 실망 많이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4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들을 가지고 정말 소설을 쓰고 있다"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