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더 공격적! 베테랑 류현진의 슬기로운 생존 투구

홈 클리블랜드전 5이닝 무사사구 2자책..시즌 3연승 휘파람

직구 구속 떨어져도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수 효율적 관리

실책 탓에 6회 도중 교체됐지만 투구수만 놓고보면 QS 가능

류현진은 27일 캐나다 로저스센터에서 펼쳐진 클리블랜드전에서 재치 있는 수비를 선보였다. ⓒ AP=뉴시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느리지만 더 공격적인 투구로 시즌 3승을 수확했다.

류현진은 27일(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 홈구장 로저스센터에서 펼쳐진 ‘2023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 선발 등판, 5이닝(70구) 4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2자책)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89에서 2.25로 올랐다.

70개 공 가운데 49개가 스트라이크다. 직구(29개)-체인지업(19개)-커브(13개)-커터(9개) 등 70개 공을 던졌는데 스트라이크는 49개다. 2개의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로저스센터가 아니었다면 홈런이 되지 않았을 타구라는 평가도 들린다.

지난해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1년 이상의 공백기를 가진 뒤 지난 2일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온 류현진의 투구는 등판을 거듭할수록 향상되고 있다.

최근 2연승을 달리고 있는 류현진은 이달 초에 이어 다시 만난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이번에는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지난 8일 클리블랜드전에서 ‘4이닝 노히트’ 이후 강습 타구(약 157.2km)에 오른 무릎을 맞고 교체되는 불운을 겪었지만, 이날은 2개의 홈런을 내주긴 했지만 5이닝을 소화했다.

6회가 아쉬웠다. 투구수를 감안했을 때, 올 시즌 최다이닝 돌파가 가능했는데 야수들의 연속 실책으로 무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첫 타석 칼훈에게 안타를 내준 류현진은 라미레즈를 상대로 다행히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이때 3루수 맷 채프먼이 포구 실책을 범해 모든 2명의 주자가 생겼다. 아쉬운 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무사 1,2루 위기에서도 흔들림 없이 곤잘레스를 상대로 다시 땅볼을 유도했는데 이번에는 유격수 실책으로 모든 주자가 살았다.

류현진은 결국 6회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무사 만루 위기에서 교체됐다.

이후 마운드에 오른 가르시아가 밀어내기 사구로 실점하면서 류현진의 실점도 3개로 늘어났다. 물론 세 번째 실점은 비자책이다. 이후 가르시아가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면서 류현진의 승리투수 요건은 유지됐고, 이후 토론토 타선이 폭발하면서 류현진은 시즌 첫 3연승과 3승째를 동시 달성했다.

류현진 ⓒ AP=뉴시스

팀의 연패를 끊으면서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은 다시 한 번 베테랑의 가치를 선보였다. 부상 복귀 이후 좀처럼 구속은 올라오지 않고 있지만 안정적인 제구를 바탕으로 더 느린 공을 던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고 공격적인 투구로 빠른 승부를 펼치며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0.8마일(약 146.1㎞)로 직전 등판인 21일 신시내티전 보다는 2km 붙었지만 결코 빠른 것은 아니다. 직구 평균 구속도 역시 142km 수준이다. 그러나 느린 커브는 이날도 류현진의 결정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1회초 106km짜리 커브로 곤잘레스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4회초 히메네스를 3구 삼진으로 잡을 때도 104km짜리 커브를 던졌다. 5회초에는 106km짜리 커브를 던지다 타이밍을 잡은 프리먼의 풀스윙에 홈런을 얻어맞았다.

커브가 통하지 않을 때는, 진짜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비중을 키우고 커터를 섞으면서 타자들을 솎아냈다.

느리지만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하면서 투구수도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이날 한 이닝 최다 투구수는 17개(2회)에 그친다. 3~4회는 각각 8개씩 던졌다. 5회초까지 60구 내외를 기록하면서 부상 복귀 후 첫 6이닝 투구 및 퀄리티스타트도 기대하게 했지만, 내야수들이 실책을 범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답게 다양한 구종을 장착한 류현진은 비록 구속은 느리지만 공격적이면서도 지능적인 투구로 슬기롭게 생존하고 있다. 돌아온 베테랑 류현진 덕분에 토론토는 3연패 늪에서 빠져나오며 다시 와일드카드 경쟁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