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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무조건 서울?… 지역 곳곳이 뮤지컬 도시로


입력 2023.08.28 15:35 수정 2023.08.28 15:3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뮤지컬을 보려면 무조건 서울에 가야 한다’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 기존 뮤지컬들이 대부분 서울에서 먼저 개막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던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역에서 먼저 개막한 후 서울로 올라오는 제작사들의 행보 때문이다.


ⓒ에스앤코

당장 오는 10월에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11월에는 ‘시스터 액트’가 부산에서 먼저 개막한다. 서울 공연은 그 이후다. 현재 서울 공연을 펼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도 올해 3월 부산에서 먼저 개막했고, 최근까지 오리지널 내한공연으로 진행됐던 ‘캣츠’도 김해와 세종, 부산을 거쳐 서울에서 공연했다.


서울 공연에 앞서 지역 투어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2003년 ‘캣츠’ 오리지널팀 내한공연도 수원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대구에 이어 서울 공연을 가졌고, 2006년 라이선스 뮤지컬로 선보인 ‘미스 사이공’ 역시 성남아트센터에서 먼저 공연하고 서울과 대구를 거쳐 김해 문화의전당에서 폐막했다.


당시 이 작품들이 지역에서 먼저 공연하면서 서울이 아닌 지역의 인구를 확인했다지만, 현실적으로 서울과 같이 장기 공연은 불가능했다. 장기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의 부재 때문이다. 뮤지컬 시장의 성장 과정은 전용 극장과 함께 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뮤지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도 샤롯데씨어터, 블루스퀘어, 디큐브아트센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등 전용 극장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가능했다.


지역 공연에 제작사들이 힘을 쏟기 시작한 시기도 마찬가지다. 앞선 지역에서 먼저 공연된 작품들로 뮤지컬 인구를 확인한 이후, 부산에는 소향씨어터(2012년 개관)와 드림씨어터(2019년 개관)가 건립됐다. 대구에도 뮤지컬 전용 극장은 아니지만 장기 공연이 가능한 2000석 규모의 계명아트센터도 2008년 지어졌다.


특히 2019년 뮤지컬 ‘라이온 킹’이 부산에서 두 달여에 걸쳐 공연하면서 큰 흥행을 거둔 것을 계기로 지역 공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라이온 킹’에 앞서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의 성공 케이스를 바탕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지역 뮤지컬의 성장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기준, ‘오페라의 유령’ 부산 공연은 올해 상반기 공연 티켓 판매액 상위 20개 공연 중 2위를 차지했다. 이 공연을 덕에 부산은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성장을 보인 지역(시 단위 기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티켓판매액은 전년 대비 무려 61,7% 뛰었다.


지역별 공연 건수를 보면 서울에서 약 23.4%(361건)이 공연됐고, 부산에서 약 6.8%(104건), 대구에서 약 5.7%(88건)으로 여전히 서울의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서울에서 약 57.9%(623건)의 공연이 이루어진 연극 장르와 비교하면 뮤지컬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공연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지역 뮤지컬 활성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로, 관계자들은 향후 부산에서 개막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MK뮤지컬컴퍼니는 한 발 더 나아가, 단순 공연을 부산에서 먼저 올리는 것을 넘어 애초에 이곳에서 공연의 제작 과정을 밟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항만을 통한 운송이 용이하고, 서울과 비교해 연습실 비용과 체류비 등을 절감할 수 있는 부산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EMK뮤지컬컴퍼니는 해외 뮤지컬의 영어 공연권을 확보해 아시아로 수출하는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을 시작했고, 그 첫 작품인 ‘시스터 액트’로 이 과정들을 밟아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스터 액트’는 9월 부산 리허설을 시작으로 국내 15개 도시를 순회한 뒤 2024∼2025시즌 아시아 6∼7개국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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