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신도시 특별법·신통기획 등 재건축 활성화 정책 ‘수두룩’
리모델링 내력벽 철거 등 답보상태
수평증축 안전진단 강화까지, 사업 가성비 떨어져
“리모델링, 하나의 사업으로 인정, 제도 개선·보완 필요”
정부와 서울시의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움직임에 따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사업 추진이 수월하던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특히 연내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를 중심으로 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점쳐지는 데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등 주택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어 리모델링 추진 동력은 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가 리모델링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현재 도심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인 73개 단지 대부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25개 자치구에 ‘공동주택 리모델링 안전기준 개선방안’을 발송했다. 앞으로 수평증축 리모델링도 수직증축처럼 2차 안전진단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리모델링은 수평증축과 수직증축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평증축은 기존 아파트 건물 일부를 철거하고 옆으로 새 건물을 붙이는 방식이다.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과 달리 1차 안전진단만 통과하면 사업 추진이 가능했다.
시는 강화된 안전기준을 사업시행인가 단계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기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73개 단지 가운데 사업계획승인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64개 단지가 적용 대상이다. 리모델링 대어로 꼽히는 중구 남산타운(5150가구), 동작구 우극신(우성·극동·신동아, 3485가구) 등도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자잿값 급등에 리모델링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내력벽 철거 문제도 사실상 논의가 멈춘 상황에서 안전진단 기준까지 강화하면서 시장에선 “리모델링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재개발 등은 규제 완화는 물론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까지 마련하는 반면, 리모델링은 종전보다 규제가 강화되고 이렇다 할 혜택조차 없어서다.
여기에 지난 3월 국회에 발의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연말께 국회 문턱을 넘을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리모델링에 대한 시장 선호는 더 떨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리모델링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부는 관련 특례방안도 마련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정부는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기존 가구수의 15%를 기부채납 없이 늘릴 수 있지만, 특별법에 따라 기존 가구수를 21%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비사업 대다수가 재건축, 재개발에만 집중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리모델링도 하나의 정비사업 방식으로 인정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단 견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국가가 어떤 자산들을 재활용하는 측면에서 보면 고층, 고밀 개발만이 답이 아니다”며 “리모델링도 활성화 돼야 하는데 관련 제도 정비는 하지 않고 규제가 강화되면 리모델링 시장은 죽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훈 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수평증축은 기본적으로 사업 진행 과정에서 2차 안전진단까지 자체 진행해 왔다”며 “시장에서 이미 잘 돌아가는 것을 법제화하고 규제를 만들어 버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세부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지 모르겠지만, 규제가 강화되면 리모델링 추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 조합에선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여길 것”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보다 리모델링에 대한 제도 보완 및 개선이 주택공급에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