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속절없이 추락하는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두 팔을 걷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외화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전격적으로 인하한 것이다.
인민은행은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국 내 금융기관의 외화 지준율을 이달 15일부터 기존의 6%에서 4%로 2%포인트 하향 조정한다고 공지했다. 외화 지준율 인하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외화 지준율은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외화예금을 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도록 인민은행에 맡겨두는 자금의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을 낮추면 은행들은 활용할 수 있는 외화가 늘어나고 곧 달러 시중 공급량도 증가하게 된다. 달러가 풀리면 달러가치도 떨어지는 만큼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은행 지준율처럼 금융 당국의 직접적인 개입이다.
이 때문에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 조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해 9월에도 외화 지준율을 기존 8%에서 6%로 낮췄다.
그러나 불과 3개월도 채 안 된 지난해 12월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가 발생했다. 최근 위안화 환율도 달러당 7.3위안을 넘어서는 등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로써 외화 지준율은 2006년 수준으로 떨어지고 시장에는 16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위안화 약세 현상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반대로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렸다. 최근에는 양국 금리 차이가 1.5%포인트(5년 만기 국채금리 기준)까지 벌어지면서 중국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 달러로 향하며 위안화 가치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경제의 더딘 회복도 위안화 약세에 한몫하고 있다. 올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경제활동이 재개됐지만,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발(發) 부동산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며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자니 가뜩이나 약세인 위안화 가치가 더 빨리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점이 중국 정부의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