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동해오픈 초청선수로 참가해 80타 훌쩍 넘기며 최하위
아마추어로서는 최상급 실력, 프로들의 위엄 돋보인 장면
코리안투어와 일본투어, 아시안투어가 공동 개최한 신한동해오픈에 낯익은 인물이 도전장을 던졌다. 바로 한국 야구의 전설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출전이었다.
박찬호가 프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한은행 진옥동 회장과의 오랜 인연 덕분이다. 당초 박찬호는 치열한 프로 세계에 아마추어인 자신이 참가하는 것에 대해 폐를 끼칠 수 있다며 고사했으나 대회 흥행을 위해 개막 두 달 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는 참담했다. 박찬호는 1라운드서 15오버파 87타로 최하위에 머물렀고, 특히 OB에 이어 벙커 탈출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15번홀(파4)에서는 무려 9타를 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박찬호는 라운드를 마친 뒤 “골프가 참 어렵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박찬호의 출전이 과연 적절했는가’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화제성 면에서는 일단 성공이다. 무엇보다 프로 골퍼와 아마추어 사이에는 이른바 ‘넘사벽’ 실력 차가 존재한다는 것이 박찬호를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됐기 때문이다.
먼저 골프 인구가 상당한 국내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의 평균 스코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골프장 스코어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스코어는 최근 상반기 아마추어 골퍼들의 평균 타수를 집계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남성 아마추어 골퍼들의 평균 스코어는 약 92타(91.92타)로 집계됐다. 즉, 박찬호는 대한민국의 평균보다 훨씬 더 잘 쳤다.
골프장의 코스 구성과 환경까지 고려하면 박찬호의 실력은 더욱 높게 평가된다.
거의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이 화이트 티에서 티샷을 날리는데 반해, 남자 프로 대회는 가장 뒷자리인 블랙티에서 플레이해야 한다. 보다 긴 비거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코스 매니지먼트 자체가 달라진다.
여기에 프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일반 아마추어들이 뛸 때와 달리 페어웨이는 좁고, 러프의 잔디는 길다. 핀의 위치도 난해하기 그지없으며 그린 스피드는 ‘유리알 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어려움은 또 있다. 아마추어들이 카트를 타고 느긋하게 이동한다면 프로들은 1번부터 18번홀까지 오롯이 두 다리에 의지해 걸어야 한다. 걸음 수만 1만보를 훌쩍 넘으며 골프 대회를 관람해본 갤러리들이라면 알 수 있는 게 프로들의 걸음은 무지하게 빠르다.
이동을 마쳤다면 가쁜 숨을 몰아 쉴 틈 없이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해 다음 샷을 날리고 다시 또 걸어야 한다. 이를 5시간 넘게 반복 또 반복하는 것이 바로 프로들의 골프이며 우승에 도달하려면 이를 4일(경우에 따라 3일)간 해내야 한다.
멘탈은 또 어떤가. 아무리 많은 훈련을 거친 프로들이다 하더라도 골프는 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포기하고 싶을 때, 화가 날 때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마인드 컨트롤도 필요하다.
비록 많은 어려움과 마주해 난조를 보였으나 박찬호는 꿋꿋하게 1~2라운드를 모두 마쳤다. 아마추어로서는 최상급 실력임에 분명했고, 같은 환경에서 언더파를 기록한 프로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 위엄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