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전 의장 주도 10여명 천막 찾아
"단기간에 끝날 문제들 아니다"
"정부·여당도 정치적 도리해야"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김상희·김영주·김태년·노웅래·박병석·설훈·안규백·안민석·우상호·윤호중·이인영·정성호 의원은 11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단식 중단 문제를 논의한 후, 이 대표가 국회본청 앞 단식 투쟁 천막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천막으로 이동해 이 대표를 만류했다.
중진 회동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얼굴을 안 비치는데 저러다 이 대표가 쓰러지면 무엇하냐. 헛고생이다"라는 취지의 발언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극단으로 가고 있는 상황을 인식해 이 대표의 단식을 "이제 말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천막을 방문한 박 전 의장은 "지금 단식을 시작한 지 열흘이 넘었고 건강과 체력의 한계가 온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단식을 중단하라"면서 "건강을 회복해야 여러가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고, 단기간에 끝날 문제들이 아니기에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하시길 중진들이 강하게 권유한다"라고 했다.
또한 박 전 의장은 "이 기회를 빌어서 정부·여당도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를 지켜주시기를 당부한다"며 "12일 동안 단식을 통해서 이 대표의 뜻이 국민들에게도 많이 인식됐으리라 생각된다"라고 했다. 박 전 의장은 이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면서 팔을 두어 차례 잡기도 했다.
이 대표는 박 전 의장의 말에 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일시적인 행태라면 해결점이라도 있을 것 같은데 갈수록 끝도 없이 더 심화될 거 같다. 그게 제일 걱정"이라며 "반대하는 세력은 공산당으로 몰거나 전체주의 세력으로 모는데 이런 생각이 진짜 전체주의 아닌가 싶다"라고 답했다.
또 "권력이 추구해야 될 제일 핵심적인 과제, 국민 민생이나 평화나 안정이나 안전 같은 것, 그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거 같다"라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장은 "이게 단기간에 해결될 게 아니고 중장기 호흡을 가지고 나가야 될 문제이기에 건강이 회복돼야 우리가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거듭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이날 천막을 찾은 노웅래 의원도 "정부·여당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며 "이런 상태라면 정치를 많이 했던 우리도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가 쓰러지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건강을 회복해서 같이 싸우자는 차원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중진들은 "이 대표를 들어가서 쉬게 해야 한다"라고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중진들이 자리를 떠난 후 곧바로 천막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이날로 단식 12일째를 맞은 이 대표는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도 건강상 이유로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