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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몸 갈아 객석 늘린 이유


입력 2023.09.16 07:07 수정 2023.09.16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임영웅의 서울 공연이 벌써부터 충격을 안겼다. 얼마 전 표를 팔았는데 370만 트래픽이 몰리면서 불과 1분 만에 매진 됐기 때문이다. 총 객석 수가 약 9만 석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렇게 순식간에 매진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가 한 순간에 동이 나고 말았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표 판매가 시작됐을 때 대기자수가 62만명을 찍는 모습이 목격된 바 있다. 그러니까 아주 많은 국민이 지금 공연을 볼 수 없어 애가 탄다는 뜻이다.


현재의 9만 석도 임영웅 측이 최선을 다해서 좌석수를 늘린 것이었다. 공연 장소가 KSPO DOME(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인데, 여기서 공연을 하면 보통 1만 석 정도 규모로 치러진다. 이번에 임영웅은 자리를 늘리기 위해 360도 개방형 무대를 만들자고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체육관 한 쪽이 무대로 가득 차는 일반 공연 형태에 비해, 전 객석을 모두 쓸 수 있는 360도 개방형 무대일 때 관객을 훨씬 많이 수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1만 5000석까지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임영웅은 무려 6일 공연이라는 놀라운 아이디어까지 내놨다. KSPO DOME 공연은 보통 많아야 3일 정도 하는데, 360도 무대에 이어 횟수까지 두 배로 늘린 것이다. 그렇게 객석을 쥐어짜고 쥐어짜서 총 약 9만 석 가까이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조차 순식간에 매진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엔 ‘스위프트노믹스’라는 말이 있다.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 3월부터 진행한 ‘에라스 투어’(ERAS TOUR)로 촉발된 경제효과를 일컫는 말이다. 그녀가 공연할 때마다 대군중이 집결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지난 8월에 베트남 하노이의 초대형 스타디움에서 열린 블랙핑크 공연은 대성공을 거뒀다. 그에 따라 막대한 경제효과가 발생했고 하노이 관광국은 향후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공연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런 아티스트들이 대형 공연을 열면 해외에서도 팬들이 입국하기 때문에 관광산업까지 활성화된다.


이번에 임영웅이 무려 6회나 공연을 하고, 무대를 360도 개방형으로 만들면서 관객석을 쥐어 짜듯이 늘린 것은,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이다. 공연 보겠다는 이들이 워낙 많다보니 변칙적으로라도 객석을 늘린 것이다.


그 대가로 임영웅은 몸을 갈아 넣어야 한다. 3회 공연도 힘든 일인데 6회나 하면 체력 소모가 극심할 것이다. 무대도 일반적인 형태보다 360도 개방형이 훨씬 공연하기가 까다롭다. 공연의 질을 높이기도 힘들다. 임영웅이 이렇게 힘든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에 대형 스타디움이라고 있는 게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인데 현재 수리중이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잔디 훼손 문제 때문에 공연 대관을 꺼린다. 고척돔은 아무 때나 편하게 쓸 수도 없을 뿐더러, 부실한 음향과 가파른 경사로 악명이 높고, 크기가 일반 무대 설치 시 2만 석 정도에 불과해 대형 스타가 공연할 만한 규모에 못 미친다.


결국 지금 현재 대한민국 서울에 임영웅 같은 톱스타가 공연할 곳이 아예 없다는 얘기다. 우려되는 일이다. 그동안 그렇게 나라에서 케이팝, 케이팝 노래를 불러왔는데 공연장 문제를 해결 못 했단 말인가?


초대형 공연을 진행하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콜드플레이는 최근 월드 투어 일정에서 한국을 뺐다. 마땅한 공연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은 대형돔이 잘 만들어져 우리 케이팝 스타들이 일본 공연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국내에서 주최하는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AAA)가 올해엔 장소를 필리핀 아레나로 결정했는데,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돔 공연장이다.


케이팝이니, 문화강국이니 말만 앞세우지 말고 공연 시설 같은 기본 인프라부터 챙길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열리는 양질의 공연을 많은 국민들이 향유하고, 외국인도 관람하면서 케이팝이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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