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협회(이하 KPGA)에서 동성 부하직원들의 귓불과 엉덩이 등을 만지며 성추행한 관리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6단독 재판부(정연주 판사)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및 신상정보등록 등을 명령했다.
A씨는 수년간 사무실이나 화장실 등지에서 동성의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엉덩이를 쓰다듬거나 귓불을 어루만지는 성추행과 음담패설 등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 인사 및 성추행 방지 교육을 포함한 조직경영 업무의 전반을 관장했던 관리자 A씨는 경찰과 검찰 수사 후 혐의가 확인되어 지난 해 2월 재판에 회부됐다.
본 사건은 고소인 9명 외에 추행을 당했으나 고소에 동참하지 않은 4명도 증인으로 채택되어 법정에 서는 등 약 1년 7개월 동안 공판이 진행되었다.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한 A씨는 “고소인들이 그동안 성추행 문제 제기를 하지 않다가 노동조합 설립 이후 고소한 것으로 진술이 과장되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추행 피해가 발생한 방식, 추행 당시의 말과 행동 등이 서로 상당히 유사하고 고소한 피해자들 외에 다수의 참고인들도 유사한 피해 내용을 진술하였다”며 “피고인의 주장대로 노조 설립 이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해자들은 하급자로서 피고인과 계속 같은 회사에서 근무해야 하는 사정 등을 규합해보면, 추행 상황 당시에는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사건화 하는 것에 망설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관하여서도 “엉덩이 및 귀를 만지는 행동은 상대방이 동성이라 하더라도 서로 대단히 친밀한 관계이거나 상호 동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면 수치감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고 추행이 이루어진 상황,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직무 관계,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접촉하면서 했던 말과 행동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며 1심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피해 직원 중 한명인 KPGA 직원 B씨는 “추행이 공론화되자 오히려 가해자를 비호하고 피해 직원들을 비난하는 일도 많았다. 가해자는 퇴사했지만 여전히 업계에 남아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직원 C씨는 ”피해를 입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2차 가해’도 빈번해 큰 고통을 겪고 있지만 재판부의 선고로 진실이 증명되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KPGA 노조위원장 허준 씨는 “본 사건을 계기로 국내 프로스포츠 단체의 조직문화가 더욱 성숙해지기를 바라며, 협회 사무국 직원들의 인권이 신장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