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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로 한 방 먹은 美,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불똥 튈까


입력 2023.09.21 12:00 수정 2023.09.21 12:0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美 상무부 불편한 심기 드러내며 추가 제재 가능성 시사

10월 종료 앞둔 반도체 장비 반입 유예 변화 생길까 촉각

미 공급망 재편은 韓 반도체 존속 포함…"불리한 결론↓"

화웨이 신규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5'.ⓒ화웨이 V몰 캡처

화웨이가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내놓은 이른바'화웨이 쇼크'로 미국이 중국에 바짝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갈등 여파가 어느 정도까지 미칠지 관심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종료가 임박한 삼성, SK, 대만 TSMC 등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맹국들의 우려를 감안해 미국이 유예를 끝낼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나, 반대의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화웨이 쇼크'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며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몬도 지나 미국 상무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화웨이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해 "기분이 상했다(upset)"며 "중국이 7㎚ 칩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수출통제를 우회한 증거가 나오면 어떤 기업이든 엄중히 조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화웨이가 최근 내놓은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5G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인 '기린 9000s'가 적용됐다. 기린 9000s는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SMIC의 7nm 공정에서 양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이 10nm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장비와 자재의 수출을 금지한 상황에서 중국이 7nm 공정을 구현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이 보란듯이 자체 기술력을 갖춘 스마트폰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화웨이 쇼크'가 재현되지 않도록 미국은 더 강력한 대중국 제재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 수위를 높일수록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은 해외 로드맵을 다시 짜야하는 등 부담이 커진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정책 변화에 따라 이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해당 수출 통제는 내달 종료를 앞두고 있어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시행했다. 다만, 중국에 반도체 생산 설비를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예외를 적용하고 장비 수입 등을 1년간 허용했다. 한 차례 연장된 이 조치는 내달 10일께 끝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 반입을 계속해서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왔다. 양 기업은 미국 상무부가 지정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 속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장비 반입에 큰 제재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그러나 이번 '화웨이 쇼크'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기류가 증폭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마냥 안심하기 어려워졌다.


한국 등 동맹국들의 지속적인 우려 제기와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반도체 시장을 두루 고려하면 장비 반입을 계속 허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중국 제재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강경론도 적지 않은 만큼 미 정부가 막판까지 고심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중이며,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충칭에는 후공정 공장을 두고 있다. 다롄에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 1·2위 기업이 중국에서 만드는 D램·낸드 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런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170억6000만 달러(22조2000억원), SK하이닉스는 249억 달러(32조4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솔리다임(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대금까지 더하면 337억4000만 달러(43조9000억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장비 반입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 입장을 끈질기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으로서는 핵심 기술이 중국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런 미국의 불안을 불식시키기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삼성·SK 등 국내 기업들의 존속과 성장이 보장돼야만 가능하다는 점도 적극 어필해야 한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고려할 때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놓고 미 정부가 한국·대만 기업에 불리한 결론을 낼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중국 공장 운영 불확실성을 반드시 해소해야만 한다. 한·미 양측은 이를 염두해 협의를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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