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박광온 원내지도부 사퇴하자마자 선거일 결정
26일 오후 2시 진행…선거 운동 기간은 25일 하루 뿐
비명계 지지층 비난에 위축…친명계 선출 관측 지배적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6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만 하루도 채 되지 않은 '빛의 속도'의 결정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임박한 만큼, 원내지도부 공백기를 최소화해 당내 혼란 상황을 서둘러 수습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는 '이탈표 논란' 분위기를 틈타 친명계가 원내지도부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22일 민주당 원내대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오는 2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후보자 등록은 이날 곧바로 시작됐으며,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후보자 선거 운동 기간은 25일 단 하루뿐이다. 통상 선거운동 기간을 사흘 이상 줬던 것과는 달리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셈이다. 급하게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원내대표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1인 후보가 나오더라도 별도의 과정 없이 무투표 당선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후임 원내대표는 가장 빠른 시일 안에, 가급적 추석 연휴 전에 선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까지 뚜렷한 후보군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도 계파 대결 구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은 비명계인 박 원내대표가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에 당장은 친명계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명계가 동료 의원들과 강성 당원들의 비난을 받고 있어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비명계에 힘을 실어주기도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비명계에 대한 당내 분노가 상당하기 때문에 그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선뜻 나서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의원실의 한 관계자도 "친명계를 원내사령탑에 앉혀서 소위 '바지사장' 역할을 시키겠다는 심산 아니겠느냐"라며 "나가면 욕먹을 게 뻔한데 누가 나가겠다고 하겠나. 다들 고민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친명계에서는 지난 4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3선의 홍익표 의원과 재선의 김두관 의원, 정책위의장인 3선의 김민석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홍 의원의 경우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계가 밀었던 후보이기도 하다. 홍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비명계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다시 비명계 원내대표가 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무효·기권표를 포함한 '반란표'가 39표 나온 게 '이재명 체제'에 대한 당내 반발을 방증한다는 의미에서다. 여기에 원내대표 선거 당일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다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비명계에서는 현재까지 거론되는 후보군이 없는 상태다. 당내에서는 지난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도중에 출마 의사를 접은 이원욱 의원이 다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주말 사이에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만 말했다.
당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합의 추대론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운동 기간도 짧을 뿐더러, 총선을 앞두고 빠른 혼란 수습을 위해서는 '통합'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합의 추대가 현 상황에 적절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선관위원인 한준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 첫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합의 추대론에 대해 "보궐선거이고 워낙 선거 기간이 짧아 모든 걸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추천이나 경선을 아직 확정지을 수 없고 후보자 등록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