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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자유' 윤정부?…'투박한 가치외교' 벗어나려면


입력 2023.09.26 05:00 수정 2023.09.25 23:3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세련되지 않은 가치외교

상당한 위험 감수해야"

미국·호주 등도 '균형점'

찾는 데 어려움 겪어와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 넘어 글로벌 이슈에 대한 공헌을 약속하며 '자유'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자유로 대표되는 민주적 가치에 대한 타협을 거부하며 '전략적 명료성'을 앞세워 운신 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 세계 3분의 2가량의 국가들이 한국 수준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안착시키지 못한 만큼, 윤 정부가 보다 세련된 가치외교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국국제정치학회·한국정치학회·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한미동맹 70주년 공동학술회의에서 윤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이후 민주적 가치 확산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며 "미국과 함께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그리고 태평양 도서 국가들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공공외교를 펼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숙연 국방대 교수도 "우리 (윤 정부)가 인태 전략을 발표하고 외교 정책의 정체성으로 자유를 천명했다"며 "대외적인 역할 정체성으로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교수는 "자유를 서구식 자유주의나 보편적 가치로서의 민주주의·자유주의로 해석할 때 우리는 과연 외국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항목들을 지역(역내) 개발도상국에 세련되지 않은 형태로 들고 나갔을 경우,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수용성이 엄청나게 낮을 수 있고 기존에 있던 양자관계마저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역내 상당수 개도국들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다듬어지지 않은 가치외교는 개별 국가들에 대한 주권 및 자율성 침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선임연구위원은 "가치 문제를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던 서방 국가들도 실용적인 협력과 가치 문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지 못해 고생했다"며 미국과 호주 사례를 언급했다.


일례로 미국은 베트남과 최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까지 맺으며 거리를 좁히고 있지만, 베트남 정부는 미국이 민주주의·인권 등의 가치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980년대부터 동남아 국가에 대한 가치 중심적 접근법을 고수해 온 호주 역시 "경제 네트워크를 먼저 만들고, 이면에서 가치를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수정했다는 지적이다.


'이익 같이하는 국가'라는
새로운 접근법 구체화해야


결국 한국이 강조하는 가치외교가 폭넓은 공감을 얻으려면 보다 세밀하고 세련된 논리를 갖춰야 한다는 평가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두 거머쥔 한국이라는 '모범 사례'를 앞세워, 가치가 어떻게 국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가치외교와 관련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like-minded country)'와의 연대를 중시하고 있다면서도 동남아·서남아 및 태평양 도서 국가들과는 '이익을 같이하는 국가(like-interested country)'라는 새로운 개념하에 접근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주의·인권·거버넌스·규칙 기반 질서 등이 경제적·사회적 도약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을 보다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지난 6월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타협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가치와 이익"으로 자유를 언급하며 "자유 없는 국가는 훔치거나 베껴 따라올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유를 가진 국가만이 "첨단기술을 먼저 해낼 수 있고, 활력 있게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차장은 "자유가 보장돼야만 그 안에서 창의력이 나온다"며 창의력은 공정한 시장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시장을 보장하기 위해 법치와 예측가능하고 투명한 질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유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로 대표되는 규칙 기반 질서가 경제적 도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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