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아우디 등 고급차 브랜드, 대중차가 넘볼 수 없는 '귀족'
한계 절감한 현대차그룹,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해 조기 안착
고급차 위에 최고급차 롤스로이스‧벤틀리, 슈퍼카 페라리‧람보르기니
현대자동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 8월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넘겼다. 브랜드 출범 이후 7년 10개월 만으로, 회사측은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 조기 안착했다는 점에서 고무된 모습이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범한 2015년 11월은 현대차와 기아 만으로도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그룹의 2인자였던 정의선 회장이 굳이 고급차 브랜드 출범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세계에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있지만 모든 브랜드가 같은 취급을 받는 건 아니다. 소비자과 제조사 등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인정하는 일종의 등급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높은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제원상으로 현대차 그랜저보다 작지만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그랜저 오너가 E클래스 오너에게 “내 차가 더 크다”고 자랑했다가는 웃음거리가 된다. 아예 노는 물이 다른 것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전의 현대차는 아무리 품질과 성능을 끌어올리고 최고급 편의사양을 갖다 붙여도 벤츠나 BMW와 같은 차급의 자동차를 같은 가격에 팔 수 없었다. 대중차와 고급차 브랜드의 태생적 차이다.
수입차라고 무조건 고급인 것도 아니다. 같은 독일계 브랜드라도 폭스바겐은 벤츠, BMW, 아우디와 같은 반열에 오르지 못한다.
대중차 브랜드가 아무리 “우린 이제부터 고급차 브랜드로 레벨업 하겠다”고 주장해도 시장의 동의를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동안 쌓아온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급차 브랜드임을 공인해주는 세계적인 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명문화된 것도 아니지만, 시장에서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평판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룰이다.
미국에서는 기관별로 신차 품질조사를 진행할 때 럭셔리와 일반 브랜드를 나눠 평가한다. 한데 묶을 경우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들만 상위에 포진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 가격별 수요층이 참고할 만한 두 영역의 조사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대중차 브랜드가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고급차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새로 만드는 것이다. 반세기 전 폭스바겐이 아우디를 인수하고, 30여년 전 토요타가 렉서스 브랜드를 론칭한 게 대표적이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미국의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도 굳이 대중 브랜드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하기 보다는 산하 브랜드 링컨과 캐딜락을 앞세워 고급차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물론 모든 고급차 브랜드가 시장에 안착하는 것은 아니다. 혼다와 닛산도 대중차의 한계를 절감해 아큐라와 인피니티를 각각 만들었지만 좋은 결과는 내지 못했다.
그에 비하면 제네시스는 비교적 빠르게 시장에 자리 잡았다. 비록 내수 시장 도움을 받긴 했지만, 렉서스의 시장 진입 초기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 덕에 현대차그룹은 벤츠 E클래스에 대응하는 제네시스 G-80과 C클래스에 대응하는 G70 등 각각의 차급별로 라인업을 갖추고 고급차 브랜드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게 제네시스의 탄생 이유다.
자동차 브랜드간 ‘신분 차이’는 단지 대중차와 고급차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고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브랜드도 있다. 대중차가 평민, 고급차가 귀족이라면, 최고급차는 왕족이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억 단위에 높은 숫자가 붙는 차들이 그 반열에 속한다. 벤츠나 BMW 오너도 도로에서 이들 브랜드의 차종을 만나면 초라해진다.
한때 마이바흐도 같은 레벨로 쳐줬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 마이바흐의 주인인 벤츠가 S클래스의 품격을 높이려는 욕심에 마이바흐를 S클래스로 흡수한 결과다. 지금의 마이바흐는 벤츠 S클래스의 상위 트림 취급을 받으며 왕족에서 귀족으로 지위가 격하됐다. 브랜드에 신분을 부여하는 것은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과 별개로 ‘슈퍼카’로 불리는 브랜드도 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부가티, 맥라렌 등 편의성보다는 고성능과 멋을 추구하는 브랜드 중에서도 톱 티어에 속한 이들이다.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국내에서도 많이 팔리는 포르쉐는 ‘준 슈퍼카’정도로 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