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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리부트-下] "희망은 전장·XR·투명" 금탑 향해 뛰는 K디스플레이


입력 2023.10.04 06:00 수정 2023.10.04 06:00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차세대 디스플레이 3대 신시장 떠올라... "2027년 1위 재탈환"

전방위 공세 쏟는 중국, 한국 업계 "초격차·특허로 방어해야"

"중국이 가져간 LCD시장, 빠르게 OLED로 대체하는 것도 관건"

차량 내에 탑재된 OLED 디스플레이 패널.ⓒLG디스플레이 유튜브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를 호령했던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내리막을 걷다가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리고 있다. '효자 산업' LCD(액정표시장치)로 20년간 글로벌 시장을 점령했지만, 중국 자본에 의해 사실상 잠식 당하며 주도권을 뺏긴 상황. 불과 3~4년 전부터 닥친 위기에 오늘날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와의 '아픈 이별'을 마무리하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열어젖힐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주소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이 1300억 달러(한화 176조 원) 정도 되는데, 그중 여전히 65% 정도는 LCD입니다. LCD를 너무 빨리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어차피 우리가 OLED 세계 점유율을 81% 가지고 있다면, LCD를 빠르게 OLED로 대체하고 전장, 투명, XR 등 3대 신시장 개화를 준비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봅니다." -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이 중국에 잠식되며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빼앗긴 한국 업계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 지위 재탈환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전장, XR, 투명 디스플레이' 등 3대 신시장이다. 아직 대중성 및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OLED 부문에서는 차량용이 조금씩 가능성을 보이고 있고 향후 iLED(무기 발광) 디스플레이가 XR(확장 현실) 분야에서 개화할 것으로 점쳐지며 국내 기업들은 해당 시장에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산업의 경우 잠식할 때까지 국가 차원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쏟아붓는다는 특성이 있어 신시장을 창출해낸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 입장에선 방어가 절실하다. 투자 세액공제, 특허권 보호, 초격차 기술 유지, 인력 양성 등의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아울러 여전히 디스플레이 시장의 절대다수를 LCD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가져간 LCD 시장을 빠르게 OLED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가 16일 'K디스플레이 2023' 전시회에서 '34인치 초대형 P-OLED' 가 탑재된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임채현 기자
차량용 OLED, 기술 장벽 높아 중국 진입 어려워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주력하는 시장은 바로 차량용 OLED 분야다. 기술 장벽이 높아 중국의 저가 공세가 쉽게 통하지 않는 분야로, 2027년에는 125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의 OLED 패널에 급격히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업계는 전장용 OLED가 한국 디스플레이 시장을 성장세에 들어서게 할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용 LCD 패널과 달리 OLED의 경우 화질이 선명할 뿐 아니라 터치 반응이 신속하고, 편광판 같은 딱딱한 구조체가 없어 곡면으로 구부러질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차량용에 적합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물론 전체 차량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아직 90%는 LCD(액정표시장치)가 차지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LCD와 달리 곡선 적용 및 디자인 변형에 유리하고 인포테인먼트에서 경쟁력 있는 OLED 비중이 차츰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차량용 OLED의 경우 국내 기업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LG디스플레이가 50%, 삼성디스플레이가 43%다. 전체 파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LG디스플레이가 '투스택 탠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시장 개화 가능성이 한층 더 올라가고 있다. 이는 탠덤 OLED에서 유기 발광층을 1개가 아닌 2개를 적용해 만드는 기술로 기존과 동일한 두께를 유지하면서도 긴 수명과 밝은 화면을 구현하는 신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도 S-커브드·롤러블 디스플레이 등으로 차량용 OLED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현대차 제네시스 등과 패널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슈퍼카 페라리와도 최첨단 OLED 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페라리가 전 세계에 공급한 차량은 1만 3000여 대 가량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당 수억 원을 호가하는 슈퍼카 명품 브랜드인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이제 막 개화하는 차량 OLED 시장에서 '삼성 OLED = 명품' 마케팅을 펼쳐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전망.ⓒ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및 옴디아
시장 열리기 시작한 차량용, XR은 대비해야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향후 4년간 연평균 7.8%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7년 126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OLED 비중이 눈에 띄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차량용 OLED 시장은 2027년 기준 전체 시장에서 17.2%를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2.8%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로 읽히고 있다.


디스플레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차량용 LCD는 86억 달러로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한 중국이 38.4%, 일찍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참여한 대만이 33.7%, LCD 생산을 지속 감소 중에 있는 일본과 한국은 각각 14.8%, 13.1%을 나타냈다. OLED는 지난해 기준 전체 2억 5000만 달러 시장에서 한국이 2억 3000만 달러로 약 93%, 중국은 2000만 달러로 약 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미래 시장은 XR(확장 현실) 기기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미래 폼팩터로 꼽히고 있다. XR의 바탕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다. 화면이 눈에 밀착돼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더 많은 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작지만 눈앞에서 수백 배 확대된 화면을 제공해야 하기에 1인치 내 크기에 수천 PPI(Pixels Per Inch) 수준의 높은 픽셀 집적도를 갖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필수적이다.


최근 애플이 XR 기기 비전 프로 등을 선보이며 이는 업계로부터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달리 아직까지는 국내 경쟁력이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미국의 디스플레이 기업 이매진을 인수하면서 경쟁력 확보에 나선 상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중 하나인 올레도스 개발을 위해 SK하이닉스, LX세미콘과 협력에 나서며 선발업체들을 추격 중이다.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지난해 9억 4200만 달러(1조 2250억 원) 수준이던 XR 기기 시장은 2027년 73억 달러(9조 5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전 세계 XR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5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XR 시장의 경우 아직 개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아울러 박물관, 전시회, 상업 시설 등에서 그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투명 디스플레이도 눈여겨볼 만한 성장 동력이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협회 상무는 "전장의 경우 생각보다 상품이 빨리 될 것 같지만 XR 은 아직 개화까지는 거리가 먼 시장"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전장과 XR은 신시장을 대비하는 차원이 크고 당장 눈앞에 놓인 것은 태블릿·노트북 등의 IT용 OLED 수익성을 올리는 일, 기존 LCD가 지닌 시장을 빠르게 OLED로 대체해 중국으로 무게가 옮겨진 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을 찾는 것도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앞선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 및 연구 개발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 공세를 이겨내기 위해선 투자세액 공제, 특허권 보호를 위한 정부 조치도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행인 점은 정부가 지난해 디스플레이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올해 디스플레이 혁신 전략 수립 및 첨단 산업 특화 단지를 발표하며 재도약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업계는 반도체, 배터리만큼이나 디스플레이 육성이 중요하다며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윤석열 정부 들어 해당 건의가 받아들여지면서 지난해 11월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기 발광·메타버스용 디스플레이 등의 미래 핵심기술을 선점하면서, 굳건한 소부장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차량, 투명, XR 등 3대 시장의 성장단계 진입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독보적 원천 기술 확보와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특허로 우리 기술을 보호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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