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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으로 돌아온 날 들이밀기’ 한국 롤러, 통한의 은메달 [항저우 AG]


입력 2023.10.03 06:54 수정 2023.10.03 08:16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정철원, 결승선 통과 앞두고 세리머니하다 대만에 역전 허용

한국 쇼트트랙 강점이었던 날 들이밀기 기술에 당하며 눈물

결승선 통과를 앞두고 대만에 역전을 허용한 한국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남자대표팀. ⓒ AP=뉴시스

결승선 통과를 앞두고 이른 세리머니로 다잡은 금메달을 놓친 한국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남자대표팀을 향한 안타까움이 쏟아지고 있다.


최인호(논산시청), 최광호(대구시청), 정철원(안동시청)으로 팀을 꾸린 대표팀은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000m 계주 결승에서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예선 1위로 결승에 오른 한국은 마지막 바퀴를 돌 때까지만 해도 선두를 달리며 금메달을 눈앞에 뒀지만 결승선 바로 앞에서 대만에 역전을 허용했다.


한국을 울린 것은 대만의 '발 들이밀기'였다.


우승을 확신했던 마지막 주자 정철원이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뒤를 바짝 쫓던 대만 선수가 발을 뻗어 간발의 차이로 한국을 앞질렀다. 한국의 기록은 4분5초702로 1위 대만(4분5초692)과는 불과 0.01초 차이였다.


'날 들이밀기'는 그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재미를 봤던 기술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경기에 나선 김기훈이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날 들이밀기로 앞서 달리던 캐나다 선수를 제치고 한국에 우승을 안겼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는 전이경이, 남자 1000m 결승에서는 김동성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스케이트 날을 힘껏 뻗어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남자대표팀이 시상대 위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AP=뉴시스

25년이 지난 뒤 한국 롤러스케이트가 똑같이 그 기술에 당했다.


롤러스케이트는 빙판 위의 쇼트트랙이다. 3000m 계주는 3명의 주자가 5바퀴씩을 책임진다. 동료 선수의 엉덩이를 밀어 바톤을 터치하는 방식은 쇼트트랙 계주와 똑같다.


경기 막판 승리를 예감한 마지막 주자 정철원은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두 팔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치다가 끝까지 추격해 왼발을 쭉 뻗은 황위린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대회 조직위원회 정보 사이트인 마이인포에 따르면 황위린은 “상대가 축하하고 있는 걸 봤다. 난 축하하는 동안 여전히 내가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정철원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우승을 확신한 대표팀 선수들은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에 나섰다가 뒤늦게 공식 기록을 확인한 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은메달도 값진 성과지만 시상대 위에 선 한국 선수들은 아무도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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