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옷 입고 강서 누빈 '인증글' 올려
캠프 "다 된 밥 재 뿌릴까" 우려 만연
'돈봉투 사건'에 지난 4월 민주당 탈당
宋 "검찰, 연휴 목전 압수수색 하러 와"
내년 총선 전초전인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레이스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여야 모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부르지도 않은 손님'의 등판으로 자칫 선거에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서구 곳곳에서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 점퍼'를 착용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타났다는 목격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송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한 '나홀로 유세'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른바 '다 된 밥에 재 뿌리기가 될까' 우려를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 소속도 아닌 송 대표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라며 "송 전 대표가 혼자 진교훈 후보의 선거운동을 자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더라"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의 지난해 서울시장 출마 강행을 상기시키며, 당시 좀 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더라면 애초부터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구청장으로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의 이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원죄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인천시장을 지낸 바 있으며, 그의 '5선 기반'이 된 지역구 역시 인천 계양이었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돌연 인천을 떠나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당시에도 민주당 서울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리한 출마를 강행한다"라는 우려와 비판이 있었다.
자신이 당대표로 치렀던 대선에서 패배한 것을 '졌지만 잘싸운 것'이라고 칭하며, 패배의 책임을 지는 대신 3개월 뒤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스스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것을 두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시장에게 참패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6·1 지방선거 민주당 참패,구청장 8곳 확보 그쳐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에 13.99%p 차 대패
강서구 '선방'에도 '보수정권'에 자리 내 줘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서구' 선거 결과만 살펴봐도, 송영길 후보(42.10%)는 오세훈 후보(56.09%)에게 13.99%p 차이로 크게 뒤처졌다.
당시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민주당 김승현 후보 48.69%,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 51.30%였다. 서울시장 대결에서 13.99%p 격차가 난 것을 고려하면 '선방'을 했지만, 어쨌거나 '2.61%p 차이', 단 6713표 차이로 강서구청장 수성에 실패했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줄투표' 성향을 고려하면 이는 서울 지역 지방선거의 '대표선수'로 나선 송 후보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강서구는 지난해 대선에서조차 당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 비해 조금 더 많은 표(2.18%p 차)를 받았던 곳이며, 강서 갑·을·병 현역 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그럼에도 서울시장 압승을 필두로 한 국민의힘의 '파죽지세' 행보에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자리마저 보수정당에게 '16년' 만에 빼앗기는 결과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송 전 대표가 최근 강서구에 계속 발걸음을 하자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가 아닌 다른 (서울시장) 후보였다면, 송 전 대표가 조금이라도 선전했더라면 지난번 강서구청장 선거가 결과가 애초부터 뒤바뀌었을 수도 있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전까지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서울의 모든 구청장은 민주당의 차지였다. 하지만 지선 결과 서울에서만 국민의힘이 17곳의 구청장을 확보하며 설욕에 성공했고, 민주당이 수성한 구청장 자리는 단 8개에 그쳤다. 송 대표는 서울의 기초자치단체장 판도가 이처럼 완전히 뒤집힌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송 전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수수사건'과 관련해 지난 4월 당을 탈당한 바 있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수수 의혹의 중심으로 꼽히면서 검찰의 칼날이 향해있는데다, 이 같은 악재로 민주당은 지금까지도 도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송 전 대표가 요청하지도 않은 진교훈 후보 지원에 연일 나섬에 따라 민주당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다.
"陳 승리 국민 승리"라면서도…"검찰 급하다"
강서구 일대 곳곳 누비며 유권자들 만나
"사법 리스크 맞물려 정치적 입지 각인"진단
다만 송 전 대표는 '친정'의 이런 속앓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연일 강서구에 나타나 "승리를 위해 보탬이 되고 싶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3일 송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진교훈의 승리가 곧 국민의 승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게시글의 서두는 자신을 둘러싼 '검찰 리스크'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됐다.
송 전 대표는 "나는 검찰 정권의 탄압에도 잘 견뎌내고 있다"라고 운을 떼며 "한가위 연휴를 목전에 두고 이사 온 지 두 달밖에 안 된 집을 압수수색 하러 오는 검찰 정권의 추악한 민낯을 보며 '이 자들이 급하기는 급하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송 전 대표는 "비록 탈당한 신분이지만 백의종군한다는 자세로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강서구청장에 출마한 진교훈 후보를 도우려 강서구 일대를 누비고 다녔다"라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달 3~7일만 해도 △봉제산 △마곡 서울식물원△ 호수공원 △개화산 △우장산 △송화시장 △화곡본동시장 △까치산시장 △약사사 등을 방문하고, 유권자들을 만나 진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는 내용의 인증글을 올렸다.
이 같은 송 전 대표의 행보에 두고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쪼그라진 정치적 입지를 감안한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에 따른 귀국과 탈당으로부터 4개월 만인 지난 8월 호남 일정을 소화하며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미 탈당한 송 전 대표의 행보 재개에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언론도 이렇다할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관심이 없다. (사법 리스크와 관련) 본인의 행위는 본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송 전 대표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맞이해 공개 행보를 늘리고 있는 것과 관련 "나름대로 정치권에서의 존재의 의미를 각인시키지 않으면, 사법 리스크까지 닥치게 되면 정치적인 입지가 좀 힘들게 될 수 있다"란 진단을 내놨다.
아울러 신 교수는 "강서구청장 보선이 총선 전 마지막 선거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송 전 대표로서는) 총선 전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과시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