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가계부채 규제 '풍선효과'…5대 은행 기업대출 올해만 50조 폭증


입력 2023.10.12 06:00 수정 2023.10.12 06:00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관련 지원 확대에 시장 수요 증가 맞물려

이자도 못내는 기업 늘어…부실 '먹구름'

기업 대출 증가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들의 기업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50조원이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문턱이 높아지자 은행권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가운데, 기업도 회사채 발행 환경이 악화되면서 은행 창구를 두드리는 모양새다. 다만 기업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부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56조331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2조6565억원 증가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7월 6조5790억원 ▲8월 8조5974억원 ▲9월 8조8417억원 등 전월 대비 확대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세를 경계하고 관련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은행들도 기업지원을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우리은행은 2027년까지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 가운데 기업대출 비중을 60%까지 올려 시중은행 중 기업대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나은행 역시 기업여신 증가에 포커스를 두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이 지난 8월 민관 합동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우리은행, DGB대구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수출기업 대출 지원책도 내놓고 있다.


실제 은행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업대출 금리도 낮아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지난 6~8월 공급한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는 5.30~5.49%로, 올 1~3월보다 하단이 0.15%포인트(p), 상단이 0.12%p 떨어졌다.


기업들도 은행 창구를 찾는 발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 지속으로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은행 대출 금리는 낮아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통화신용보고서: 최근 회사채 발행 상황 및 평가'에 따르면 일반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4월 이후 순상환 기조로 전환됐다.


한은은 "조달금리 측면에서 회사채 발행금리가 2분기 상승 전환하면서 은행대출 대비 금리 메리트가 상당히 낮아졌다"며 "조달수단 측면에서도 3월 이후 중장기 시계에서 금리가 낮아질 수있다는 전망이 부각되면서 고정금리인 회사채보다는 변동금리로 조달이 가능하고 만기도 상대적으로 짧은 은행 대출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동시에 기업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외부감사 기업 2만5135개중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은 15.5%에 해당하는 3903개로, 전년(14.9%)보다 비중이 높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총이자비용을 나눈 수치로, 1을 넘지 못하면 번 돈보다 지급해야 할 이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높은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부동산금융과 관련된 잠재리스크 등으로 비우량·취약 기업에 대한 차별화가 심화될 수 있어 이들 기업의 자금조달 상황, 재무건전성 악화 가능성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효숙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