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개선, 당국의 ‘신중모드’에 개미는 ‘부글부글’

김주현·이복현, 국감서 구체적 해법 제시 못해

불법 공매도 증가 속 제도 개선 청원 5만명 돌파

ⓒ게티이미지뱅크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담보비율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전산화 시스템을 당국에서 도입하는 것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은 데 따른 반응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 관련 지적과 질의에서 단기간 내 공매도 제도 개선은 힘들다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에 전산화를 통한 시스템 보완, 기관·외국인의 차입 공매도 상환기간 제한 등에 대한 해결을 원했던 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금감원 국감에서 공매도 전산화 및 상환기간 제한에 공감을 표했지만 도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이 원장은 “전산화의 경우 최소한 국내 증권사들이 해당 주문을 넣는 외국계 고객들의 대차 현황에 대해 파악하고 주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전산화 형태를 어떻게 구현할지는 정부 당국 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주현 위원장도 앞서 지난 11일 진행된 금융위 국감에서 신중하다 못해 부정적인 뤼앙스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공매도가 외국인·기관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담보비율과 상환기간 등이 불리하다는 지적에 대해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담보 비율을 조정한 것도 개인투자자분들이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셔서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산화에 대해서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목적과 형태가 상이하게 진행되는 모든 대차거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공매도를 거래하는 시스템과 거래가 이뤄지는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연계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답변했다.

또 김 위원장은 외국에서 아무도 도입하지 않는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과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자신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금융당국의 신중 모드에 투자자들의 불만은 계속 쌓이고 있다. 지난 12일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국회 국민동의청원 동의가 공개 8일만에 5만명을 넘기도했다.

최근 불법 공매도가 계속 적발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난 15일 금감원은 BNP파리바·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지난 2021년부터 작년까지 9개월 동안 560억원대 규모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일삼은 사실을 적발했다.

또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불법 공매도로 부과된 과태료·과징금 부과 금액 합계는 1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32억원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불법 공매도로 제재받은 45건 가운데 대상이 외국계로 구분되는 경우는 23건으로 전체 절반에 해당했다. 전체 적발 건수는 2020년 4건, 2021년 16건. 2022년 32건 등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최근 상대적 공매도 규제가 헐거웠던 미국이 공매도 보고를 강화한다는 소식에 공매도 규제 개선을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매도 보고를 강화하는 규칙(13f-2)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해당 규칙에 따르면 연기금·투자자문 등의 기관투자운용사는 총 공매도 잔고가 1000만달러(약 135억원) 이상이거나 발행주식 대비 2.5% 이상인 경우 주식 수, 평가금액, 일일 거래내역 등을 SEC에 보고해야 한다.

국내의 경우 한국거래소를 통해 개별 종목의 공매도 잔고를 공개하지만 투자자별 공매도 잔고는 공개하지 않는다.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통계에서도 공매도 투자자는 나오지만 자세한 포지션을 표시하지는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적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보유한 국가는 없다”며 “실시간은 아니더라도 대차거래를 기록하게 하면 무차입 공매도는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를 원천적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장기간 걸릴 수밖에 없다”며 “먼저 과징금 등 사후 처벌을 강화해 강한 경고음을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