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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 고향세 성공 이유 모르쇠로 일관하는 행정안전부


입력 2023.10.21 08:54 수정 2023.10.21 08:54        데스크 (desk@dailian.co.kr)

고향사랑기부제 성공을 위해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적극행정’ 필요

개인의 자발적 기부로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취지로 고향에 기부하면 세액공제를 해주고 답례품도 주는 고향사랑기부제가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기부자가 기부하면 최대 10만원의 세액공제와 3만원 이하 답례품을 받는 제도이다. 지자체가 모금하는 첫 제도이다.


지방재정을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하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시행에 대한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받게 될 성적표가 기대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지자체의 모금 실적은 8월 말 기준으로 지자체 평균 1억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관심을 받고 출발한 고향사랑기부제가 공전하는 이유는 지자체에 대한 홍보제한과 고향사랑e음을 통한 모금, 즉 모금플랫폼의 독점으로 인한 지자체 간 모금 경쟁이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이 지난 2008년 시작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고향세를 벤치마킹한 제도이다. 일본도 제도 시행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의 협업과 역할 분담이 있었다. 이러한 정부와 민간의 협업, 역할 분담의 대표적인 사례가 40여 개가 넘는 민간플랫폼을 통한 고향세 모금이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일본의 고향세를 벤치마킹하면서 성공적인 제도운영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현재 지자체의 현실을 볼 때 절실하게 필요한 제도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고향사랑기부제가 조직에 정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에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또 지금까지 모금이 저조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행정안전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첫째, 기부자가 사용처를 지정해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정기부제도


고향사랑기부금 기부자는 고향사랑e음에 들어가 기부할 지자체를 선택해야 한다. 지자체의 지역문제를 보고 기부할 수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지자체 인지도와 답례품에 따른 기부가 이어지는 현실이다. 반대로 네이버 해피빈이나 다음의 같이가치와 같은 민간기부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기부는 어떤 문제의 해결에 필요한 돈을 기부해달라고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고향사랑기부제의 고향 일본은 이미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정기부를 통해 고향세를 모금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고향세 모금시 전체 지자체의 97.7%인 1,745개 지자체가 지정기부를 통해 모금했다. 이러한 결과 전년보다 1.2배 높은 기부금을 모았다는 결과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지정기부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기부자가 사용처를 지정해 기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 지정기부가 가능한 구조인데, 굳이 법 개정을 통해 명문화하겠다는 행정안전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시급한 것은 지자체들이 지정기부를 통해 모금할 수 있게 고향사랑e음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기부 상한액 500만원 제한 규정 상향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8조제3항에 의해 고향사랑기부금 한도액이 5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4조제1항은 기부금 모금 대상을 개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최소 공제금액(2000엔)만 있고 기부한도액이 없는 상황이다. 또 2016년에 기업(법인)도 고향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 모금액 증가에 기여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지자체들의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에 걸림이 도는 현행 제도의 개선보다 지자체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제약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는 두 건의 지정기부를 주제로 민간플랫폼을 통해 지난 7월 말부터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공문으로 500만원 한도를 사전에 확인할 수 없어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의 중단을 권고했다고 한다. 기부 상한액을 조정하자는 국회 차원의 논의가 있는 상황에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모금을 진행하는 지자체에게 중단을 요구한 행위는 매우 경직되고 소극적인 행정이다.


셋째, 민간 플랫폼과의 협업

현재 고향사랑기부금 플랫폼은 ‘고향사랑e음’이 유일하다. 민간플랫폼이 존재하고, 광주광역시 동구는 이를 통해 홍보와 모금을 진행하지만, 행정안전부가 기부자 주소지와 모금 한도액 사전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모금 중단을 권고하고 있다. 기부자 주소지 확인은 간편인증 등을 통해 로그인 과정에서 확인하면 충분하다.


500만원 기부금 한도와 관련하여 행정안전부의 잣대는 고향사랑기부금에 이상할 만큼 엄격하다. 정치자금법에 의한 정치후원금 한도는 후원자나 후원받은 정치인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가 판단한다. 이 논리를 고향사랑기부금 한도액에 적용하면 국세청이 한도액을 확인해서 지자체에 통보하고, 넘는 금액만큼 되돌려주면 되는 일이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려면 고향사랑e음과 같이 행정망을 연동하면 될 일이다. 이를 통해 민간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이는 우리나라의 플랫폼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활성화할 생각이 있다면 바로 실천하면 될 일이다. 이게 적극행정인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이제 겨우 첫걸음을 떼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도 마음의 고향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고향사랑기부제 사이트가 열림과 동시에 참여했다. 기부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류로 인해 힘들었다. 이제는 내가 응원하고 싶은 지자체의 지정기부 소식을 빠르게 접하고, 지정기부 진행 과정을 더 자세히 듣고 싶다. 이 바램을 일본의 사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응원하는 지역에서 들을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의 적극적인 행정을 기대한다.


글/ 양석원 열린옷장 사외이사 seokw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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