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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폐허가 된 비극적 사건을 영화로…애도와 위로의 방식 [D:영화 뷰]


입력 2023.10.27 08:38 수정 2023.10.27 08:3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너와 나' 조현철 장편 데뷔작

비극적인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영화는 기억과 애도의 수단이 되며, 관객과의 깊은 감정의 연결고리가 된다. 또한 감독과 배우 등의 예술적 역량이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조명하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순기능 역할을 한다.


배우 조현철의 장편 데뷔작 '너와 나'를 통해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영화로 다룸으로써, 이 사건을 살려내고 희생자들을 기리려고 했다.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 분)와 하은(김시은 분)의 이야기로, 표면적으로 보자면 친구 사이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담은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경을 비롯해 미쟝센과 음악, 대사 등을 통해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죽음과 삶의 경계 속에 곳곳에 녹여냈다.


모든 것은 은유로 이루어져 있어 영화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윤리적인 면에서 조현철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조현철은 소재 자체를 영화적인 스펙타클에 이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 최대한 은유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려 했다. 직접적인 표현을 지양한 것은 누군가는 이 사건을 마주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수학여행, 안산, 등의 단서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유추하게 만들었으나, 직선적인 메시지나 교훈은 배제시키고 결국엔 떠난 자와 남겨진 자의 사랑으로 귀결되도록 만들면서 이 비극의 각인 방식을 달리한다. 즉 상실을 말하는 동시에 사랑을 전한다. 조현철에게 자세를 낮춰 고개를 숙이로 위로를 전하는 것이 '너와 나'를 연출하는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일본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난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계속 만들었다.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 등 초기작에서 순수한 사랑을 다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동일본 지진을 겪은 후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일명 '재난 3부작'으로 재난을 대하는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우리가 재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이야기 했다.


'너의 이름은'은 '과거로 돌아가 재난을 막을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으며 '날씨의 아이'는 재난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럼에도 불구 계속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을 말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으로 상실한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지우고 싶었던 재난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상실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도 여전히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꾸준히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일본을 무대로 한 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까 생각했을 때 일본에서 늘어나고 있는 폐허가 떠올랐다. 폐허를 여 행한다면 목적지는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장소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지금의 일본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작품을 만들며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동일본 대지진이 남아있구나'를 깨달았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거나 왜 만들었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실제 있었던 재해를 엔터테인먼트 안에서 누군가는 꼭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재난을 다룬 작품의 궁극적인 목표는 애도와 비극의 치유다. 두 작품은 진정한 애도와 치유를 위해서는 사건을 충분히 기억하고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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