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보고서 공개 “정교한 사이버 기술 이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난해 탈취한 가상화폐 규모가 17억 달러(약 2조3000억원)가 넘는다는 내용의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공개했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북한 정찰총국의 해커들이 지난해 훔친 가상화폐 규모가 전년도의 3배 수준으로 급증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 조달을 위해 가상화폐 탈취에 우선순위를 부여했다는 것이 패널의 분석이다.
패널은 “북한이 자금과 정보를 빼내기 위해 갈수록 더 정교한 사이버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며 “가상화폐, 국방, 에너지, 보건 분야 회사들이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가상화폐 해킹과 함께 노동자 해외 파견으로 핵 개발 자금을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노동자 파견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에 건설노동자들을 보낼 때 학생비자를 받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안보리는 북한의 외화벌이를 차단하기 위해 2019년 말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을 금지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중국과 라오스에 IT 노동자를 파견하는 등 제재 위반을 통해 자금을 획득하고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핵실험은 없었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등 관련 시설에서 활동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고 패널은 전했다.
특히 패널은 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면서 위성 발사도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북한이 2021년에 발표한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대로 고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술핵무기 능력을 추구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널은 북한이 제대로 작동하는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다면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달성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은 핵 능력을 향상하고 핵 반격 능력 확보를 추구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게 패널의 분석이다.
또 북한은 복잡한 제재 회피 수단을 활용해 정유 제품을 반입하고 석탄 등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위에 공식 통보된 북한 정유 공급량은 연간 상한인 50만 배럴의 30%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북한 선박 25척이 정유 제품을 46차례 운반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올해 1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 현황을 담은 것이다. 기존 사례를 취합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보고서에 게재된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과 대량살상무기 개발 사례는 대부분 이미 공개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