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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하는 태도 180도 바꾼 윤 대통령…'與 먼저 호명' 관례까지 깼다


입력 2023.10.31 14:51 수정 2023.10.31 21:03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시정연설 전후 야당과 스킨십 주력

이재명과는 두 차례 악수 나누기도

취임 후 첫 상임위원장 간담회 마련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긴축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한 657조 규모의 내년 정부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를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졌다. 그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 야당 인사들과 각종 행사에서 짧은 인사만 나누는 등 사실상 거리를 뒀던 윤 대통령이 2024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계기로 직접 소통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노력이 협치의 물꼬를 터, 얼어붙은 정부·여당과 야당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31일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등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와 사전환담을 했다. 이 자리에는 영수회담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이 대표도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민주당이 야권을 향한 검찰·감사원의 전방위적 수사·감사에 반발해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해 사전환담에서 양측의 만남도 불발됐다. 이에 이번 사전환담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사실상 첫 대화 자리였던 셈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여야가, 정부도 함께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이 있는데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우리도 계속 (민생)현장을 파고들고 국회에도 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 정부에서도 예산안을 편성한 입장에서 언제든지 요청하시는 자료를 충분히, 충실하게 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민생 현장이 너무 어려우니 정부 부처는 이런 점에 좀 더 신경쓰며 정책을 집행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전환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 관련 얘기를 대통령이 했고, 이 대표도 민생이 매우 어려우니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듣고 민생 대책을 마련하라는 얘기를 하셨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퇴장하며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전후에도 야당과의 스킨십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10여 명의 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으며, 시정연설을 마친 후에도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석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 대표와는 시정연설 전후 두 차례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나가기 직전 이 대표가 먼저 다가가 손을 뻗었고, 두 사람의 악수에 장내 박수 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시정연설에서는 통상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정치권의 관례를 깨고, 야당 대표를 먼저 호명해 주목됐다. 윤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정우택 부의장님. 또 함께 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 순으로 호명했다.


1년 전 시정연설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과 의원 여러분"으로 연설을 시작했던 장면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도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되어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 주최 국회 상임위원장, 정당 원내대표와의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의 협치 노력은 국회 상임위원장단 간담회와 오찬 자리에서도 엿보였다. 윤 대통령이 상임위원장단과의 자리를 마련한 건 지난해 취임 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는 오늘로 3번째 왔지만 우리 상임위원장들과 다 같이 있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며 "정부의 국정운영, 또는 국회의 의견 이런 것에 대해서 좀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홍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서 우리 야당에 섭섭한 것도 있겠지만, 우리 야당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는 문제, 야당과 협치하는 문제에 대해 상당히 아쉬움이 큰 부분도 있다"면서 윤 대통령의 연이은 법률안 재의요구권 행사를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재정건전성과 관련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게 야당과 상당수 국민의 생각이다. 이 부분도 대통령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셨으면 한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국가 재정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윤 대통령은 이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책임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불행한 사건이 몇 번 반복됐다"며 "이태원 참사·오송 참사에 대해 좀 더 대통령께서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셨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그분들과도 소통하고 말씀을 좀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가 끝난 뒤 마련된 오찬에 앞서 "국회에 와서 의원들과 많은 얘기를 하게 돼서 나도 취임 이후로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미래 세대를 위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 의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간담회 때 하신 말씀은 다 기억했다가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은 진관사에서 화합과 소통의 염원을 담아 준비한 오색 두부탕, 민초들이 즐겼던 뿌리채소 중심으로 차려졌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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