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 달성' 제안하면서도
'정부 예산 대폭 확대' 메시지 뿐
'청년 교통 3만원' 패스권 질문엔
우왕좌왕 "소요예산 파악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향해 '민생경제회복'과 '경제성장률 3% 달성'을 제안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미비한 채 정부를 향한 비판 메시지만 부각되면서 알맹이 없는 제안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국민들은 '경제 좀 살려달라'고 절규하는데, 윤 정부는 '건전재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며 "호황이든 불황이든 재정건전성에만 매달린다. 정부가 어떻게 이 정도까지 가계와 기업 고통에 무감할 수 있는지, 기본적 경제논리에 무지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질타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기조가 경제위기의 심화를 초래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올해 2분기 소비·투자·수출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위기'가 발생했다"며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부양책을 강구해야 함에도 재정건전성에만 매달려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며, 오히려 정부가 경제위기를 심화시켜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비판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윤 정부의 경제 기조를 비판하면서도 경기도지사 시절 자신의 대표 정책인 지역화폐 예산에 대한 증액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실질소득도 감소하는 지금이야말로 자원과 기회가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며 "이미 소득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중지원 효과가 증명된 지역화폐를 통해 신속히 내수를 회복하고, 지역경제와 골목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정부에 △청년 대중교통 3만원 패스 △전세 대출 이자 부담 완화 △월세 공제 대상 확대 △내수 증대를 위한 1년 한시 '임시소비세액공제' 신설 △제조업 강국에서 디지털·에너지 강국으로의 전환 △민관 협력 금리인하 프로그램 △소상공인 가스·전기 요금 부담 완화 등을 제안했다.
특히 '청년 대중교통 3만원 패스권'과 관련, 이 대표는 "서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너무 크다"며 "독일은 서민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탄소배출도 줄이는 9유로 티켓을 발행했고, 지난 5월 이 제도를 전면 도입해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인 49유로(우리 돈 7만원) 티켓을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가능한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우선 (민주당은) 청년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청년(대중교통) 3만원 패스를 제안한다"며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예상되는 소요예산 등을 묻는 질문엔 이 대표를 비롯 민주당 정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모두발언을 마친 후 이 대표가 기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청년 대중교통 3만원 패스권에 대한 소요 예산은 얼마이고, 어떻게 필요 재원을 조달할 건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기자회견에 배석한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쳐다보며 "정책위에서 계산을 해봤느냐.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수석부의장은 "청년패스는 특별한 예산 소요를 동반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원래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패스와 청년패스 두 가지를 고려했는데, 전국민 패스는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선은 청년패스부터 도입하고 성과를 봐서 전국민 패스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동수 원내정책수석은 소요 예산과 관련한 답을 하려다가 이 대표로부터 제지당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 정책수석이 "이 대표가 말씀하신 월세 세액공제 관련…"이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잠깐만. 이게 정책토론회가 아니라서 예산 소요액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추후에 파악해보겠다"고 제지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민생경제회복 대책들은 모두 정부·여당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내용들이다. 앞서 민주당은 민생 정국을 위한 여야정 3자 회담을 거듭 촉구한 바 있지만, 대통령실로부터 사실상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와 관련 '3자 회동'을 재차 제안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메아리 없는 함성도 한두 번"이라며 "지금 필요한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언제나 말이 아닌 행동으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민생회복 플랜 제안은 나쁘지 않았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이라든가 필요 예산 규모 등에 대한 계산이 부족했다"며 "사실상 알맹이는 없고, 정부 비판만 부각돼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민생경제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에 따라 기자회견이 마련됐다"며 "이분법적 개념을 탈피하고 현실기반 실용적 정책의 마련을 위해 민주당과 이재명이 향후 총선 준비에서도 과거의 틀을 깨고 과감한 변화 방안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