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프로 데뷔 후 15년 만에 우승 감격
데뷔 초에는 잦은 실수로 ‘오지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
오랜 인내 끝에 정상급 유격수로 도약하며 팀 우승 견인
LG트윈스 캡틴 오지환에게 29년 만에 팀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은 더욱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경기고를 졸업한 뒤 2009년 LG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오지환은 구단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애지중지하며 키운 선수다.
2년 차인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회를 얻기 시작한 오지환이지만 데뷔 초에는 유격수 포지션에서 잦은 실수를 저지르며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는 호쾌한 타격으로 팀에 승리를 안길 때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며 ‘경기를 지배한다’는 의미로 ‘오지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11년 9월 1일 SK전에서는 연장 11회말 1사 1·2루에서 타구를 처리하다 실책을 저질렀는데 이로 인해 부상을 입었다.
손톱이 깨져 피가 흐르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는데 3년차 유격수 오지환은 팀에 미안한 나머지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계속해서 괜찮다는 수신호를 보내 이를 지켜보는 LG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 때는 유격수 포지션에서 충분한 기회를 받고도 안정감이 떨어지자 그의 강한 어깨를 활용하기 위해 외야수로 포지션을 전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지환은 이를 악 물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전 류지현 LG 감독의 집중조련 속에 그는 나날이 성장했고, 이제는 국가대표 유격수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기량이 무르익었다.
이번 KS는 오지환의 진가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무대였다.
오지환은 kt와 KS 5경기에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으로 맹활약하며 LG의 우승을 이끌었다. 시리즈 승부처였던 3차전, 5-7로 뒤진 9회초 2사 1, 2루에서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상대로 극적인 결승 3점 홈런을 치며 승기를 가져왔다.
오지환은 기자단 투표에서 90표 중 83표를 받는 압도적인 지지(득표율 86%)로 MVP에 올랐다.
12년 전 팀에 미안한 마음을 안고 뛰었던 풋내기 유격수 오지환은 이제 어엿한 우승 팀의 캡틴으로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