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대체재 옛말…인허가·공급물량 ‘뚝’
수요자 관심 멀어지자, 청약 미달·미계약 속출
대출 확대 등 비아파트 공급확대 정책도 한계
한때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던 도시형생활주택이 시장의 외면 속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습이다. 집값이 조정기에 접어들고 고금리로 인한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가 급감하자, 공급물량도 현저히 줄었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전국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물량은 5752가구로 1년 전(2만1956가구) 대비 74% 대폭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인허가물량은 2032가구다. 1년 전(8307가구)과 비교하면 75.5%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공급이 줄어든 데는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친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총 300가구 미만, 전용 85㎡ 이하 규모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건축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최근 몇 년 사이 활발하게 공급됐다. 도심에 위치하고 아파트와 비교해 분양가가 훨씬 저렴한 데다 청약통장도 필요 없어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불과 2~3년 만에 시장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서울 관악구 일원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라파르 신림’은 지난달 도시형생활주택 16가구에 대한 청약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총 19명이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C타입(전용 26㎡)은 8가구 모집에 5명이 접수해 미달됐고, D타입(27㎡)은 8가구 모집에 14명이 몰려 1.75대 1을 나타냈다.
앞서 5월 최초 청약 당시 C타입 1.13대 1, D타입 2.63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으나, 계약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다시 시장에 나온 것이다.
이보다 앞서 4월 공급된 서대문구 일원 ‘이노와이즈 신촌’은 38가구 모집에 22명이 접수했고, 금천구 ‘우남 w컨템포287’은 30가구 모집에 16명만 관심을 보이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수요자들의 외면과 함께 공급도 크게 줄어 올해 10월까지 서울에서 청약 접수를 진행한 도시형생활주택은 5곳에 불과하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고금리와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전세사기 문제 등이 더해지면서 도시형생활주택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아파트에 대한 규제 문턱이 낮아지고 집값이 조정을 받으면서 일부 임차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한 것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하고 주택공급 속도를 올리기 위해 다시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도시기금 대출 지원을 늘려 비아파트를 분양하는 민간사업자에게 가구당 최대 7500만원까지 저리로 빌려준다. 또 민간 임대주택 건설자금은 2%대 금리로 가구당 최대 1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수요자들을 위해선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을 보유하더라도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금액으로 보면 공시가 기준 수도권은 1억6000만원, 지방은 1억원 정도다. 시세 2억4000만원 정도의 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청년 특별공급이나 생애최초 특별공급 등 무주택자 자격으로 신청이 가능하단 의미다.
하지만 당분간 수요자들의 외면 속에서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시장 침체는 계속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정책만으로 공급 물량을 확충하고 수요를 늘리긴 힘들단 견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부가 시행한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규제 완화 방안은 아파트 매매시장으로 수요를 당겨오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비아파트 시장은 자연스럽게 위축된 것”이라며 “아파트 분양시장도 초양극화가 나타나는데 그보다 주거 편의성이 떨어지고 임차인 구하기도 여의치 않은 현 상황에서 정부 정책만으로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가 살아나길 기대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