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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2인자 권영수 퇴진…구광모 색깔 짙어지나


입력 2023.11.22 12:41 수정 2023.11.22 22:5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권영수 부회장 총수 교체기 '안전판' 역할 마무리하고 '용퇴'

구광모 회장 공격적 경영 스타일 한층 적극 반영 전망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 ⓒLG

LG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로 불리며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을 두루 이끌어온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22일 용퇴하면서 출범 5년차의 ‘구광모호(號)’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재계에서는 선대 회장인 구본무 시대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떠나면서 경영자로서의 경험이 무르익은 구광모 LG 회장의 색깔이 한층 짙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979년 LG전자로 입사한 권영수 부회장은 ‘럭키금성’ 시절부터 회사의 역사와 함께해온 정통 LG맨으로 불린다. 이력도 화려하다. LG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을 맡으며 각종 신성장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2008년 당시로서는 LG그룹의 캐시카우였던 LG디스플레이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데뷔해 신성장 분야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이끌었다. ‘LG필립스LCD’라는 사명이 지금의 LG디스플레이로 바뀐 것도 권 부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2012년에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현 LG에너지솔루션의 모체인 LG화학 배터리사업의 초기 성장에 기여했다. 2015년에는 부회장 승진과 함께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시장 점유율이 낮은 LG유플러스 대표이사를 맡아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후에는 그룹 지주회사인 ㈜LG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구광모 체제 안정화에 기여했다. 당시 경영자로서는 ‘초보’에 가까웠던 구 회장을 보필해 공격적인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큰 혼란이 없도록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을 맡은 2021년은 회사가 LG화학에서 분사돼 초기 경영안정화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배터리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판단에 후배에게 길을 내준 것으로 보인다.


그룹 총수가 교체되는 혼란기에 풍부한 노하우를 갖춘 전문경영인이 젊은 총수의 멘토 역할을 하며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온 사례는 다른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있었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있었다.


선대 총수 때부터 중용됐던 손길승‧손경식 회장은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취임 초기 그룹의 총수로 연착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뒤, 경영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손길승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을 떠났지만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여전히 SK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직함을 유지하고 있고, 손경식 회장은 여전히 CJ그룹 회장의 자리에 남아있지만 그룹 경영보다는 경제단체인 경총 회장으로서의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권영수 부회장은 아직 경영 일선에 물러나기엔 젊고,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역량도 높이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명예직으로 남기 보다는 다른 곳에서 역할을 찾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포스코그룹 차기 CEO로 권 부회장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 부회장이 떠난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이 더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잘할 수 있는 것은 밀어 주고, 아닌 것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선택과 집중의 경영스타일을 보여왔다.


LG전자의 휴대폰(MC사업본부) 사업 철수, 연료전지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 청산, 수처리 자회사 하이엔텍 및 LG히타치워터솔루션 매각, LG화학의 LCD 소재사업 정리, LG디스플레이의 LED 조명사업 정리,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 정리 등이 대표적이다.


대신 사업 정리로 얻은 여력을 차세대 성장동력인 배터리, OLED, 전장 사업에 집중했다. 이들 사업은 빠른 성장을 이뤄내며 기존 정리한 사업들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 LG화학의 NCC 등 전통 화학사업, LG디스플레이의 LCD 사업 등 사양화되는 사업들을 재편하고 LG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로 제시한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신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구광모 회장의 공격적 경영스타일이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 손길승 회장이 그랬고, 손경식 회장이 그랬듯이 권영수 회장은 새로운 총수 체제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룹 내 경영 일선에 오래 남아 있으면 젊은 총수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서 “LG그룹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 했다는 판단 하에 적절한 시기에 용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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