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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갇히지 않는, 진짜 ‘BMK’의 이야기들 [D:인디그라운드(171)]


입력 2023.11.30 14:02 수정 2023.11.30 14:0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12월 1일 네 번쨰 정규앨범 '33.3' 발매

대중매체의 힘은 여러 의미에서 대단하다. 누군가에게 큰 인기를 주기도 하지만, TV에 비춰진 하나의 이미지로 그 누군가를 제단하게 하기도 한다. 가수 BMK(김현정)는 이 모든 쪽에 속한 가수다. TV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꽃피는 봄이 오면’ ‘물들어’ 등의 대표곡들을 만들어 냈는데, 대부분 슬프고 애절한 곡들이어서 BMK를 ‘쓰러질 듯이 노래를 토해해는 가수’라는 틀에 가두기도 했다.


ⓒ소울트레인

그런데 BMK 스스로는 한 번도 음악적 틀에 갇힌 적이 없다. 애초 그는 성악을 전공했고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 과정에서 전공을 재즈로 변경했다. 그렇게 재즈보컬리스트로서 활동하는 것을 넘어 힙합 그룹 등의 앨범에 피처링 작업에도 경계를 두지 않았고, 대중가수로서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대학 교수로서 학생들과 나누는 것도 그의 오랜 일이었다.


그렇게 20년의 시간을 달려온 BMK는 12월 1일, 네 번째 정규 앨범 ‘33.3’을 발매한다. 앞서 발매한 선공개곡 ‘레게 강 같은 평화’를 비롯해 타이틀곡 ‘그리움만 굿바이’ ‘니가 없는 요일’ ‘그래비티’(GRAVITY) ‘아이 파운드 유’(I FOUND YOU) ‘할로’(HALO) ‘시티 오브 소울’(City of soul) ‘워킹 홈 블루스’(Walking Home Blues) ‘디어 마이 프렌드’(Dear My Friend) 등을 담았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앨범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과 삶의 경험들 솔직하게 담아냈다.


-정규 앨범으로는 무려 16년 만이에요. 시대(싱글, 미니 위주의 형태로)가 변하긴 했지만, 그걸 고려해도 정말 긴 시간인데요.


음악을 듣는 형태가 많이 변해서 타이틀곡 이외에 좋은 곡들을 사장시키는 경우가 많죠. 모든 곡에 애정을 담아 작업하는데 사라지는 현실이 그렇기도 하고 싱글로 한 곡 한 곡을 더 들어주십사 싱글의 형태로 많이 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규 앨범은 또 다른 의미의 작업이니까 선물처럼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제작자의 선물이기도 하고요.


-오랜만의 앨범인 동시에, 올해는 BMK의 데뷔 20주년이기도 해서 더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세월이 빠르다는 게 이런 건가요? 한 10년 정도 활동한 것 같은데…. 시간보다는 앨범에 저를 담아 작업하는 것에 의미를 뒀어요. 저의 생각, 작업의 즐거움, 스태프와의 놀이 같은, 제 인생을 오롯이 녹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소울트레인

-실제로 이 앨범을 통해 스스로의 20년을 되돌아 보기도 했을 텐데요.


물론이죠. 예전 목소리를 듣기도 했고 지금의 목소리와 세월을 비교하며 웃기도 했고요. 자랑도 하고 희망도 많이 보게 된 것 같아요. 생각보다 20년이 길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특히 첫 앨범 작업 때와 많이 비교하며 매 앨범을 작업했던 저와 지금의 저를 만나게 한 것 같아요. 한 사람이더라고요, 나라는 사람. 참 변화가 없었구나, 그런 20년이었나 봐요.


-20년의 시간을 돌아켜 보면, 후회되는 일과 감사한 일들이 많이 교차할 것 같아요.


인생의 모토가 ‘후회 없이 살자’여서 큰 후회는 없네요.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온 모든 것, 아직도 BMK로 활동하고 있는 모든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타이틀곡 ‘그리움만 굿바이’는 어떤 곡인지 설명해주세요. 타이틀곡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작곡가 이승환 씨가 제 앨범의 작업을 하기로 하면서 본인의 음악적 영감을 한 번에 완성했다고 자랑하며 녹음실에서 천재의 광기를 뿜어낸 곡입니다. 아시겠지만 모든 앨범 작업이 끝나야 타이틀곡을 선정하는데, 본인은 처음부터 타이틀이라 우겼던 곡이죠(웃음).


-수록곡들을 채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 있다면?


제 나이와 트렌드와는 무관하게 ‘재미있겠다’라고 생각되면 예전의 저의 창법과 생소한 곡이어도 즐겁게 작업했어요. 특히 가사에 신경을 많이 썼고요. 남의 이야기를 부르기보다 제 생각을 노래했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20주년임에도 여전히 다양한 장르적 도전과 새로움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인상 깊더라고요. 동시에 과거부터 쌓아온 BMK만의 음악적 색깔, 정체성을 놓지 않고 간다는 것도 새삼 대단하고요.


감사합니다. 팬분들이 BMK표 음악이라 하시는 것도 다양합니다. 힙합에 피처링을 한다던지, ‘꽃피는 봄이 오면’처럼 처절한 발라더라 생각하실 수도 있고, 스켓을 하며 재즈를 부르는 저 모두를 사랑해주시니까요.


ⓒ소울트레인

-앨범 작업 중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저보다 더 예민한 프로듀서 때문에 작업이 중단된 적이 있어요. 너무 오랜만에 정규 앨범이라서 부담감과 욕심이 있었던 거죠. 사실 프로듀서의 애정으로 앨범이 완성되었기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집니다. 저보다 더 저를 아껴주는 마음을 느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사랑싸움이죠. 신랑 말고 제 앨범을 작업했던 프로듀서, 작사가, 작곡가들과의 사랑싸움이요. 제주도로 잠수를 탄 적이 있는데 쫓아 내려와 달래기도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언쟁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수록곡 중 꼭 소개하고 싶은 한 곡을 꼽자면?


‘그래비티’(GRAVITY)요. 프리다이빙을 하며 느꼈던 것들을 곡에 담아내어요. 바다와 나. 곡을 듣자마자 바로 제목이 떠올랐고 제 마음을 가사로 옮겼어요.


ⓒ소울트레인

-앨범에 많은 분이 함께 했어요.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분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작사가 혼(Hon),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이로 많은 대화를 하며 저의 생각과 저의 말투를 옮기듯 가사 작업을 해주었어요. 심지어 제가 쓴 줄 알았을 정도였어요. 놀라울 정도의 통찰력과 음악적 열정으로 앞으로의 작업이 기대되는 뮤지션입니다. 저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어요.

-이번 앨범을 단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It’s Me! 저에요


-이번 20주년을 어떻게 특별하게 보낼지도 궁금합니다.


특별히 준비한 건 없고요. 라디오나 TV 방송 등 스케줄이 생기면 인사를 드릴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공연 위주로 올해를 보낼 것 같아요.


-‘소울대모’ ‘소울의대가’ 등의 수식어를 가지고 계세요. 이런 수식어가 감사하기도, 부담이 되기도 할 것 같은데요.


너무 과분하죠. 소울가수라기 보다 제 소리에 공감해주신다고 생각해요. 친구들끼리 대화하다 ‘뭔 말인지 알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처럼 제 기쁨과 슬픔을 느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교수직에도 오래 몸담으셨어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냥 가창력만 가졌다고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일종의 사명감이 필요한 직업인데요.


네, 3년 전에 은퇴했습니다. 사명감으로 임했던 건 맞아요. 처음 시작을 학생과 함께 배운다는 마음으로 어린 나이에 22년 동안 교단에 섰기에 학생들이 제 음악 인생에 나침반이 되어 지금까지의 BMK를 이끌어 주었어요. 수업 시간에 했던 말들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시간이 제 활동의 원동력이 되었으니까요.


-최근 BMK에게 있어서 음악적으로 가장 큰 고민거리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큰 고민은 안 합니다. 늘 생각 주머니를 머리에 달고 살진 않아요. 남들이 보기엔 음악적 영감 속에 생활한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듯 음악을 풀어가고 있어요. 음악 속에 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 속에 음악도 있는 거겠죠.


-20주년을 잘 마무리 지은 후엔, 앞으로의 20년에 대한 고민도 하실텐데요.


2년 후도 모르는데(웃음). 20년 동안 살아만 있어도 좋겠어요. 생각해보니 적지 않은 나이라 장수하는 느낌이랄까?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해서 하고 있는 저를 만나도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올해의 목표 그리고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무탈하게 아프지 않고 스케줄을 소화해 내는 것. 정규 앨범 4집이 올해로 끝나지 않고 내년에도 꾸준히 많은 분이 첫 곡부터 끝 곡까지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예전의 CD를 플레이해서 앨범 전체를 듣던 그 감성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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