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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친환경’ 열풍, 국내 현실은 걸음마…엔진·연료 다 바꿔야 [해양 재건②]


입력 2023.11.30 07:00 수정 2023.11.30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IMO 2030 탄소 중립 추진 결정에

세계 친환경 선박 연료 경쟁 치열

한국, 에너지 빈국 한계 극복 필요

친환경 연료 공급망 구축이 우선

해상 화물 운송 모습. ⓒ한국해양진흥공사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제로(zero)화하겠다는 목표를 채택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이에 정부도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나섰으나 연료 공급망, 제도·인식 부족 등 갈 길이 멀다.


IMO는 지난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국제 해운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순 배출량 제로로 감축하기로 했다. 애초 2050년까지 2008년 기준 온실가스 총배출량보다 50% 감축하기로 했던 기존 목표를 상향한 것으로, 각 국가의 자율적인 감축 노력을 촉진하는 내용이다.


당시 IMO 회원국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연료별 온실가스 집약도를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목표 기반 연료유 표준제’와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하는 탄소 부담금 제도를 합한 결합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IMO 결정에 앞서 지난 2020년 ‘제1차 친환경 선박 개발·보급 기본계획(2021~2030년)’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탄소배출을 40% 줄이고 2030년에는 감축률을 70%까지 높일 예정이다. 친환경 선박 전환율도 2020년 1%에서 2025년 5%, 2030년 1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IMO에서 탄소 절감 목표를 크게 상향함에 따라 한국 정부도 정책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친환경 선박 전환 속도를 높이고, 이를 위해 선박 연료 공급망 구축 계획부터 새로 내놓아야 한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국내 항만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비율을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친환경 선박 전환에 앞서 해수부는 지난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동북아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거점 항만으로 도약을 위한 ‘공급망 구축방안’을 내놓았다.


해수부는 “IMO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가능 여부가 향후 항만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국내 무역항 경쟁력을 높이고 국적선의 친환경 선박 전환에도 발 빠르게 대비하기 위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가 친환경 연료 공급망 구축에 애를 쓰는 이유는 연료 생산 능력이 유럽이나 북미에 집중된 상태에 유통 등 기반 시설과 공급망마저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 전에는 친환경 선박 연료 조달과 시장 형성에 어려움을 예상한다.


해수부는 “싱가포르항 등 벙커링 선진항만은 시장 선점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공급망 구축, 규정 마련, 국제협력 등을 추진 중”이라며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망 구축은 항만 경쟁력, 항로 유지와 직결하는 문제인 만큼 해운·항만 분야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공급망 상황은 바이오매스,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시설 부족으로 국내 생산은 계획단계에 그친다. 메탄올과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의 벙커링 수요 또한 불명확해 민간의 인프라 투자에도 한계가 있다.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으로서는 주요 벙커링 항만 대비 선박 연료 공급 가격이 높아 선박 연료 시장 규모화에도 제약이 따른다.


차세대 연료에 대한 낮은 이해로 항만운영사가 항 내 벙커링 제공에 소극적인 측면도 있다. ‘선박입출항법’에 따라 위험물 안전관리계획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도 걸림돌이다.


해외 항만이 선박에 대한 STS 벙커링 실적을 꾸준히 쌓지만, 국내 항만 STS 실적은 이제 시작 단계다.


해수부는 “해외 선사들은 현재 부산항에 대해 실적 부재 등을 이유로 친환경 선박 연료 벙커링이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한”고 설명했다.



울산항만공사가 11월 18일 선박 대 선박(STS) 방식으로 1만6200TEU급 컨테이너 선박에 세계 최초로 메탄올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


시장 창출·공급망 구축·민간투자 유도·산업기반 강화


해수부가 이번에 발표한 계획에 친환경 선박 연료공급을 오는 2030년까지 국내를 오가는 국제항해선박의 연료 1304만t 가운데 30%(402만t)를 친환경 연료로 대체한다. 친환경 컨테이너 선박 입항을 선복량 기준 20%까지 확대한다. 이는 IMO 2050 GHG(온실가스) 전략의 탄소 감축 목표(20%)와 동일하다.


이를 위해 친환경 선박 연료 시장 창출과 공급망 구축, 민간투자 유도, 산업기반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등 4대 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해수부는 울산항을 친환경 연료 공급 거점항만으로 지정했다. 2027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최소 60만t, 그린 메탄올 23만t을 선제 공급한다.


2030년까지 국적 외항선과 관공선 317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한다. 녹색해운항로도 한-미에 이어 한-호주, 한-EU로 확대해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수요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LNG 공급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박용 천연가스 요금제를 신설하고 직수입을 추진한다.


그린 메탄올은 연료공급 전용 선박이 없고 선박 건조에도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연안 액체 화물선의 연료공급 겸업을 허용한다. 기존 항만의 케미컬(화학) 인프라 탱크를 활용해 연료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1조원 규모 친환경 선박 연료 인프라 펀드도 추진한다. 해수부는 “가시적 투자 수요에 대응하고 친환경 연료 공급 선박 신조 때 선가의 10~30%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추진하는 한편,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한 투자·지급보증 등을 통해 친환경 선박 연료 인프라에 대한 민간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해수부는 선박 대 선박(STS) 방식으로 연료 공급 안전관리계획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한다. 항만별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탱크로리를 통한 연료 공급 영업구역 제한도 폐지한다.


친환경 연료공급 선박과 실증 항만 사업장에 한시적으로 항비를 감면해 친환경 연료 공급 실적도 키운다는 계획이다.


윤현수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현재 글로벌 해운업계는 전통연료를 대체할 차세대 친환경 연료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그린 메탄올과 암모니아, 수소 등 다영한 연료가 대안으로 떠오르며, 단기적으로는 LNG 비율이 높아질 것이고, 이후 메탄올과 암모니아, 수소로 대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국장은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 추이와 발주량 등을 주시해 LNG, 메탄올은 물론 향후 암모니아, 수소 등 연료도 국내 항만에서 적시에 벙커링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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