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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내가'…尹, 부산엑스포 유치 불발에 재빠르게 고개 숙인 이유는


입력 2023.11.30 00:00 수정 2023.11.30 00:00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원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작성

"나의 부족" 표현 세 번이나 사용

'부산 육성' 균형 발전 전략도 약속

유치 실패 파장 최소화 위한 조치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가 불발된 데 대해 "부산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 모든 것은 전부 나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해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29일 정오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전격적으로 약 10분 분량의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는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게 시작 8분 전에 공지될 정도로 긴박하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특정 현안에 대해 사과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이다.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 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윤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나의 부족"이라는 표현을 세 번이나 사용했다. 그동안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어준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국무위원 등에겐 감사의 뜻을 전했다.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를 듣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땐 대통령실 투톱인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비롯해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용현 경호처장, 이도운 대변인, 최지현 부대변인 등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정권의 명운을 가를 내년 4·10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맞딱드린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2030 엑스포 개최지가 최종 결정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회 총회 투표 당일까지 부산의 약진을 강조하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의 박빙 승부를 예고했지만, 예상보다 큰 격차로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자, 야권을 중심으로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이 심상치 않자 조기 수습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PK 민심을 의식해 부산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부산과 서울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한 '국토 균형 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을 해양·국제금융·첨단산업·디지털의 거점으로 계속 육성하고, 영·호남 남부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더라도 남부 지역에서 부산을 거점으로 모든 경제·산업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차질 없이 해나가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부산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메시지나 구체적인 조치들이 (조만간) 또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동안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이면서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부산을 생각했다"며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 관련 책을 쓰더라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확하고 길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일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부산엑스포 유치 불발 원인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며 수습에 나섰지만, 여권 일각에선 판세 예측 실패와 과도한 부풀리기 보고 가능성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용산에서 들은 정보와 실제 결과 간 차이가 너무 커서 충격이었다"며 "(지난 28일) 비공개 국무회의 때도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였다. 정보 공유 및 보고 체계가 어떤 식으로 돼 있길래 예상 범위를 훌쩍 벗어난 결과가 나왔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이 엑스포 유치전에 늦게 돌입했지만, 리야드를 열심히 추격하고 있다는 정도의 분위기로만 갔으면 충격이 덜 했을텐데, 분위기를 너무 몰아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통화도 했지만,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는 부산이 경쟁국인 사우디 리야드에 다소 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결선투표까지 가면 막판 대역전극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을 재차 내놨었다. 그러나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IE 총회 1차 투표 결과는 참담했다. 리야드는 119표, 부산은 29표, 로마는 17표를 얻었다. 투표 참여국 165개 나라 중 3분의 2 이상의 표를 확보한 리야드가 2차 투표 없이 2030 엑스포 유치권을 싱겁게 따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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