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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부터 줄인다”…유통‧식품업계 희망퇴직 바람


입력 2023.12.04 06:51 수정 2023.12.04 06:5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GS리테일·롯데홈쇼핑 등 진행

비어케이·SPC 등 식품업계도 동참

키오스크‧조리로봇 현장 투입 가속화

소주 가격과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인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여 소주·맥주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셀프 주점'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파라삐리포24 마곡점.ⓒ뉴시스

최근 지속된 경기 불황에 유통업계와 식품업계에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인건비라는 고정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기업의 자구책인 셈이다. 불황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에서 반전을 모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의 고심이 엿보인다.


최근 GS리테일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다만, 사측은 경영실적 부진에 따른 인력 감축 목적 보다는 복리후생제도의 일환으로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시니어 직원들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고, 회사 입장에서는 체질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롯데홈쇼핑 역시 지난 9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이다. 유통·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변화가 목적이다. 퇴직자에게는 2년치 연봉과 재취업 지원금, 자녀 교육 지원금이 지급됐다.


‘소변 맥주’ 논란에 휩싸인 중국 맥주 브랜드 ‘칭따오’ 수입사 비어케이도 지난달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논란 이후 판매가 급감하자 회사 존속을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비어케이는 매출 대부분이 칭다오·라오샨 맥주에서 발생하는 구조라 이번 사태 파장이 컸다.


SPC 파리크라상도 지난달 초부터 법인 소속 14개 브랜드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사유는 원재료비, 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최대 1년6개월치의 급여와 1년치 학자금이 지원된다.


매일유업 역시 지난 8월 만 5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자는 법정 퇴직금 이외에 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통상임금 18개월치를 위로금으로 받게 되며 퇴직 후 2년 동안 경조사 시 물품을 제공받고 회사 측에서 재취업 교육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라며 “업종 특성상 보수적인 면이 있는 데다 영업이익은 적어도 함께 오래가자는 문화가 지배적이었는데, 지금은 규제와 시장 포화로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주 가격과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인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여 소주·맥주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셀프 주점'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파라삐리포24 마곡점.ⓒ뉴시스

대체로 유통‧식품 업계의 경우 지속된 저출산과 물가 인상, 경기 불황까지 겹치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이 구조조정의 원인이 됐다.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기 시작하면서 인력 효율화 일환으로 잇따라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체는 사람이 빠진 자리를 과학기술로 대체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키오스크, 조리로봇, 테이블오더 등 스마트 기기 개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유인계산대로 운영하는 심야 영업 매장을 줄이고 AI매장과 무인매장을 늘리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외식업계는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과학기술을 도입해 나가고 있다. 높아진 최저임금과 노동강도가 원인이 됐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은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통업체의 근로자들이 점차 노령화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음식점 및 주점업에서 부족한 인력은 6만2000여명으로 인력부족률이 5.3%에 달한다. 산업 평균인 3.4%보다 1.5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지난 3월 산업부에서 조사한 ‘빈 일자리 비율’도 2.4%로 운수 및 창고업을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외식업은 이런 수치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지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 없는 외식업은 418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 증가했다. 채용난에 대한 해법으로 사업주가 직접 근무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된 셈이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내년부터 외국인 단순 노무직(E-9 비자 입국자) 고용률을 높이고 취업 가능 업종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지만 음식점 중에서도 중소업체 대상으로 제한했다. 기초자치단체 98곳에서 한식당 주방보조 업무에 외국인력을 시범 도입한 뒤 추가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는 최저임금도 인상된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986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이는 올해 시급 9620원, 월급 201만580원보다 2.5%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외식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이어 정부까지 음식 조리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뜨거운 불 앞에 몇 시간씩 서 있어야 하는 등의 위험성을 줄이면서 작업 효율성은 높이게 됐지만,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업계의 또 다른 고민으로 자리잡게 됐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구인난이 심각해 현장에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은 앞으로도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는데, 일자리 창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정책이나 기업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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