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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예탁금으로만 1조 넘게 번 증권사, 고객에겐 ‘쥐꼬리’


입력 2023.12.04 07:00 수정 2023.12.04 07:00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올해 20개사 수익 1조2천억…이용료 2400억

지급 비중 낮은 10곳 평균 이용료율 0.35% 불과

모범규준 시행에도 시기·규모 못 정한 곳 많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데일리안DB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자 예탁금으로 조 단위 수익을 챙겼음에도 고객에게 지급한 이용료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 대비 이용료 지급 비중이 적은 10곳은 낮은 이용료율에도 개선 움직임이 미미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개 증권사(미래에셋·삼성·KB·NH·한국투자·교보·다올·대신·메리츠·신영·신한·유진투자·키움·하나·하이투자·한화·현대차·BNK·DB금융·IBK)의 올해 3분기 누적 투자자 예탁금 수익은 1조198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고객에게 지급한 예탁금 이용료는 2397억원으로 예탁금 수익의 20%이었다.


예탁금 이용료율은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해 예탁받은 금전을 증권회사가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이자를 의미한다. 그동안 예탁금 이용료율은 증권사가 예탁금을 이용해 얻는 수익과 비교했을 때 과도하게 낮게 책정됐다며 ‘예탁금 장사’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 중 수익 대비 이용료 지급 비중이 낮은 증권사 10곳은 NH·삼성·키움·하나·대신·신영·한화·유진투자·하이투자·DB금융 등이었다. 이들 증권사의 3분기 누적 투자자 예탁금 수익은 6651억원인 반면 고객에게는 고작 전체 수익의 11.7%(776억원)만 돌아갔다.


투자자에게 가장 적은 비중으로 이용료를 지급한 곳은 하나증권으로 약 465억원의 예탁금 수익 중 27억원(5.8%)만 투자자에게 지급됐다. 이어 키움증권이 8.4% (예탁금 수익 2094억원·고객 이용료 지급액 175억원), 하이투자증권이 9.8%(112억원·11억원) 로 한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2·3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대신 10.2%(548억원·56억원) ▲유진투자 10.4%(154억원·16억원) ▲한화투자 11.5%(96억원·11억원) ▲삼성 12.3%(1946억원·239억원) ▲신영 13.3%(15억원·2억원) ▲DB금투 17.8%(135억원·24억원) ▲NH 19.9%(1087억원·216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증권사는 예탁금 이용료율도 낮은 축에 속한다. 올 3분기 기준 이들의 평균 이용료율은 연 0.35%다. 가장 낮은 곳은 키움증권·DB금융투자(0.25%), 가장 높은 곳은 NH투자증권(0.5%)이었다. 기준금리가 지난 2019년 1.25%에서 현재 3.5%로 2.25% 올랐음에도 이용료율은 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데일리안

이에 몇몇 증권사는 이용료율 인상에 나서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기존 0.25%에서 1.05%로 약 4배 가량 상향 조정하며 이를 지난 10월 8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일부터 금융투자회사의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시행하면서 인상 행보는 더욱 빨라지는 모습이다.


상상인증권은 지난달 20일부터 이용료율을 연 0.1%에서 1.05%로, KR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부터 이용료율을 기존 연 0.25%에서 연 1.00%로 상향 적용했다. 이에 그동안 신한투자증권(연 1.05%)과 KB증권(연 1.03%) 등 2곳 뿐이었던 1%대 이용료율 증권사가 5곳으로 늘어났다.


나아가 증권사를 이용하는 고객 개개인의 예탁금 규모를 고려해 이용료율을 결정하는 곳도 등장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이날부터 100만원 이하의 투자자 예탁금에 한해 이용료율을 연 2%로 인상한다. 100만원을 초과한 예탁금에 대해서는 기존 이용료율과 동일한 연 0.75%를 적용한다.


고객의 90%가량이 100만원 이내로 투자하는 점을 고려해 다수의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100만원 전후로 이용료율에 차이를 뒀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도 연내 예탁금 이용료율을 재산정해 시행할 계획이어서 이러한 행렬은 늘어날 것을 보인다.


하지만 이용료율 산정 방법을 증권사의 자율에 맡겨 오름폭이 크지 않거나 현 이용료율을 유지하는 등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아직 많은 증권사들은 이용료율 인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부분 내부 논의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금리를 선호하기에 이용료율이 아닌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의 이용료율 인상 지체는 시장금리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갭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받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예탁금 이용료는 고객에게 정당하게 지급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증권사가 얻는 수익이 많아진 상황에서 이용료율을 늦게 인상할 경우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상생금융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이 이러한 정책 기조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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