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없는 말티즈’지만 본업에 대해선 진지한 면도 있어.”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웹예능 ‘넌 감독이었어’는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 영화감독 장항준이 게스트들과 함께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다. ‘화사쇼’ 등을 연출한 tvN 김지인 PD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으로, 토크 콘텐츠 기획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장 감독과 함께 ‘알쓸범잡’, ‘알쓸별잡’ 등을 함께한 양정우 PD의 추천으로 섭외를 진행하게 됐다.
특히 장 감독을 직접 만나 그의 입담을 느낀 김 PD는 더욱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특색 있는 토크를, 즐겁게 진행할 수 있는 장 감독이라면 무수히 많은 유튜브 토크 콘텐츠 속에서도 특별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분이랑 토론을 열면 좋을까 생각을 했었다. 사실 장항준 감독님은 요즘 너무 핫하시고, 또 재밌는 분이시지 않나. (추천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을 뵀는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 재밌으셨다.”
장 감독을 직접 만나니 프로그램의 콘셉트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평소 지인들과 작업실에서 편안하게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장 감독의 취향이 곧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장 감독의 지인은 물론, 접점이 없던 새로운 게스트들도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의 즐거움’을 전달 중이다.
“감독님이 사람을 좋아하신다. 자연스럽게 주변에 좋은 분들도 많으셨다. 항상 주변 분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모임을 가지는데, 다양한 분들이 늘 참석하신다고 하시더라. 내가 좋아하는 얘도 부르고, 또 얘도 불러서 소개를 해주고. 이런 것들이 너무 재밌다고 하시는 거다. 그러면 그냥 그런 걸 카메라를 두고 찍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
‘편안함’을 강조했지만, 장 감독과 장 감독이 초대한 영화인들이 나누는 영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넌 감독이었어’만의 차별점이 되고 있다. 장 감독의 아내인 김은희 작가가 방문하기도 하고, 때로는 독립영화를 비롯해 장 감독과 절친한 감독들이 프로그램을 찾는 등 여느 콘텐츠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게스트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며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 중이다.
“영화 이야기를 자유롭고, 또 가볍게 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없지 않나. 토크지만, 영화 토크를 한다는 점이 우리 프로그램의 색깔인 것 같다. 그리고 또 그걸 할 수 있는 분이 장 감독님 말고는 많이 없으신 것 같다. 진지한 프로그램보다는 인생 영화를 나누기도 하고, 취향을 나누는 그런 가볍고 편안한 자리가 되길 바랐다.”
연출 방향 또한 이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화사쇼’ 등 TV 프로그램을 연출하다가 처음 디지털 콘텐츠에 도전을 하게 된 김 PD는 유튜브 특유의 빠른 전개보다는 ‘넌 감독이었어’만의 리듬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막 같은 경우엔 막내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감성이 다른 부분이 확실히 있더라. 그런데 편집은 편안함을 보여주는 쪽으로 하고자 한다. 부담 없이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이 과정에서 장 감독의 역량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영화감독, 또는 작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내비치는 것은 물론, 유쾌한 매력으로 분위기를 살리며 ‘넌 감독이었어’만의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떤 게스트가 와도 무장해제시키는 장 감독 특유의 매력도 토크 콘텐츠에 적역이었다.
“‘눈물 없는 말티즈’라고 해서 예능인의 역할을 기대했는데, 또 보면 본업에 대해선 엄청 진지한 면도 있으시다. 옆에서 좋은 말들도 많이 해주신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시는 매력이 있다. ‘이래야 돼’, ‘저래야 돼’라는 게 없다. 그런 게 모두가 장항준 감독님을 좋아하고 또 편안해 하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작품들을 소개하는 콜라보 콘텐츠는 물론, 장 감독의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한 새로운 기획도 꿈꾸고 있다. “장 감독님이 하실진 모르겠다”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아직 보여주지 못한 장 감독의 매력이 무궁무진했던 것이다.
“감사하게도 콜라보 제안을 해 주셔서 앞으로 가끔씩 진행을 하게 될 것 같다. 장 감독님과 여행을 가거나, 운동을 시켜봐도 재밌을 것 같다. 얼마전 스태프들과 팔씨름을 했는데, 의외로 모두를 이기셨다. 우리가 모르는 의외의 모습들이 많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