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에 힘 실어준 尹…‘혁신안’ 봉합 관건

尹·당4역 대통령실서 비공개 오찬

"모든 분야 원활한 소통체계 강화"

흔들리던 김기현 체제 안정 국면

'혁신안' 마무리 과제…리더십 시험대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당 4역을 대통령로 초청해 비공개 오찬을 진행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당 4역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새로 임명된 수석들과의 상견례 및 대통령실과 당 사이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김기현 대표가 혁신안 수용 압박을 받으며 흔들리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비공개 오찬을 통해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비공개 오찬을 마친 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려운 민생을 챙기는 정책과 예산 등 모든 분야에서 당과 대통령실 간 원활한 소통체계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한 가덕도 신공항과 북항 개발 등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후속 대책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주재한 비공개 오찬에는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참석했으며,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정책실장, 새로 임명된 5명의 수석이 배석했다.

'대통령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김 대표는 "나는 힘이 빠진 적이 없는 왜 힘이 빠져보였느냐"며 "(대통령과) 만나면 3~4시간씩 이야기하고 하루에 3~4번 통화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 사이 유대관계가 여전히 끈끈하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최근 김 대표는 당 안팎으로 '친윤·중진·지도부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혁신안 수용 압박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혁신안 수용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김 대표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전날에는 혁신안 보고 여부를 두고 지도부와 혁신위가 '진실게임'을 하는 촌극도 벌어졌었다. 지도부는 혁신위 측에서 공식적으로 보고 요청이 없었다고 밝힌 반면 혁신위는 "사실이 아니다"며 보고를 준비했지만 지도부가 안건을 모아서 상정하라고 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오찬으로 김 대표 체제가 안정을 찾는 모양새다. 다만 과제는 남았다는 지적이다. 인요한 위원장이 제시한 친윤·중진·지도부 용퇴론을 비롯한 혁신안 자체는 실효성이 있다고 보고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지금처럼 총선을 지휘하되 지역구는 출마하지 않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당내 혁신 상황과 관련해 "겉으로 볼 때 모자라 보인다"며 "국정 운영을 잘 해낼 수 있는 충분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혁신 없이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나 당 지도부나 혁신을 외면하고 저버리는 결과는 감히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결국은 혁신위를 출발한 목적을 달성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 (윤석열) 대통령도 그걸 바라실 것"이라며 "김 대표 체제와 인 위원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한 길로 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통화에서 "큰 틀에서 봤을 때 지금 이대로는 어렵다는 것을 대통령실도 당도 다 인지하고 있지 않느냐"며 "김 대표 체제가 유지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년 총선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조금씩 정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