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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근진’ 사라진 시상식, 프로 입담러들로 ‘축제장’[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3.12.09 07:01 수정 2023.12.09 07:0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시상식에서 유쾌한 디스 같은 입담 대결은 양념 넘어 백미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 속 진정한 축제 행사로 변모

다음 시즌 각오 밝힐 때는 ‘프로답게’ 비장한 분위기도

한화 노시환. ⓒ 뉴시스

“우리 때는 왜 그랬나 몰라. 뭐가 그렇게 떨렸는지 소감 말하기도 힘들었는데…”


오래 전 은퇴하고 해설위원을 거친 한 야구 원로가 최근 시상식을 보면서 한 말이다. 분명 과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최근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의 유쾌한 입담 대결은 양념을 넘어 백미로 꼽힌다.


2023년은 감칠맛이 더한 ‘혀놀림’의 향연이었다.


가장 많은 안타(187개)를 때린 손아섭(35·NC)과 홈런왕(31개) 노시환(23·한화)의 프로다운 유쾌한 입담전은 박수와 웃음을 이끌었다.


손아섭과 가까운 사이인 고향(부산) 후배 노시환은 지난 4일 최고 타자상을 수상한 뒤 "다음 꿈은 타격왕이다. (손)아섭 선배 긴장 좀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도발(?)했다.


올 시즌 타격왕 손아섭(0.339)은 7일 다른 시상식 자리에서 최고의 선수상을 받은 뒤 “(노)시환이에게 ‘이번 생에서는 나를 못 이긴다’고 말해줬다”고 밝혀 폭소케 했다. 같은 시상식에서 최고의 타자상을 받은 노시환은 "선배님이 저랑 띠동갑이다. 12년 뒤 어떻게 될지 한 번 보자. 24살의 선배님보다는 (지금의) 내가 낫지 않나"라고 응수했다.


NC 손아섭 . ⓒ 뉴시스

‘프로 입담러’ 손아섭은 지난달 27일 KBO리그 시상식에서도 입담을 과시했다.


손아섭은 “(임)찬규가 방송에서 나를 공격하는 것을 봤다. 찬규가 한국시리즈에서 5이닝도 못 던진 것으로 안다. 중간투수들이 잘해서 LG가 이긴 것으로 아는데 찬규가 나에게 무슨 (한국시리즈)경험을 얘기해준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퀄리티스타트라도 했으면 들어볼 것 같은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은 없다”고 말하며 씩 웃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올 시즌 국내 투수로서 최다승을 거둔 임찬규는 지난달 10일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 3.2이닝 1실점으로 강판됐다.


‘한국시리즈 MVP’ LG 내야수 오지환은 최근 시상식에서 자신의 ‘별명’을 꺼내 시상식 관객들을 출렁이게 했다.


올해 신설된 수비상(유격수 부문)을 받은 오지환은 “그동안 이 상을 가장 기다렸다. 내 별명이 ‘오지배’인데, 실수를 하도 많이 해서 경기를 지배한다는 별명이다”이라며 “‘언제 인정을 받나’라고 생각하면서 항상 노력했다. 가치 있는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자신의 스토리가 담긴 재치 있는 소감으로 시상식 분위기를 띄웠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최정(SSG)은 영상 인터뷰로 시상식장에 재미를 더했다. 장타율(0.548) 1위에 오른 최정은 "노시환이 3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는데 시즌 막바지에 내가 부상 당하는 바람에 (내가)장타율 1위를 지켰다. 미안하다"며 "내년에는 떳떳한 성적으로 시상식에 참석하겠다"라는 재치 있는 한마디로 박수를 키웠다.


과거 엄숙하거나 진지했던 시상식 분위기에서 벗어나 절친 선후배 사이에서 일어난 재치 있는 디스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시상식이 축제와 파티의 자리로 변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물론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는 변함없었다.


그러면서도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각오를 밝힐 때만큼은 은근 비장함도 흘렀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는 시상식장에서 "LG가 올해 우승해 너무 축하드리지만, 옆집이라 많이 불타올랐다. 두산 전체가 하나가 돼서 이승엽 감독님 감독상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매 시즌 성적으로 팀에 기여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프로들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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