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ASML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최태원 SK그룹 회장 "ASML-아이멕 차세대 EUV 개발사업 참여"
ASML, ASM, 아이멕, 자이스 CEO도 '한국과 반도체 협력 강화' 의지 밝혀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현지에서 유럽 반도체 기업들과 교류하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쟁에서 힘이 될 ‘우군’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유럽 주요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사인 ASML을 비롯, 증착장비 공급업체 ASM, 독일의 광학시스템 업체 자이스(Zeiss), 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 아이멕(IMEC)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세계 무역의 토대를 만들고 증권 시장을 처음으로 개장한 네덜란드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혁신의 상징인 ASML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면서 “빌렘-알렉산더르 국왕의 한국 방문을 많은 국민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내년부터 SK하이닉스도 ASML과 아이멕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차세대 EUV 개발사업에 함께 참여해 AI 시대에 대비한 고성능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날 체결된 수소 리사이클링 공정을 비롯한 친환경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ASML과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방문한 ASML은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乙)’로 불린다. ASML는 이날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한국에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를 공동 설립하는 내용의MOU를 체결했다. 또, SK하이닉스와는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MOU’에 서명했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간담회에서 “한국에 건설 중인 화성의 뉴 캠퍼스 및 한국 기업들과의 MOU를 통해 한국과의 반도체 연대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최근 고압가스 관련 규제 개선 사례와 같은 긍정적 변화가 한국에 차세대 EUV 노광장비를 공급할 수 있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베닝크 CEO는 특히 최근 들어 기술의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개발비용이 급상승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치, 경제, 인력을 아우르는 국가 간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또 다른 네덜란드 파트너인 ASM은 네덜란드 알메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반도체 장비 10위 기업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원자층증착(ALD), 에피텍시(epitaxy) 기술과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다. 특히 ALD분야에선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 2019년 1월 화성시 동탄 첨단산업단지 내에 870억 원을 들여 반도체 증착장비 연구·제조시설에 투자했으며, 지난 5월에는 제2제조연구혁신센터 기공식을 가졌다. 2025년까지 1350억 원을 추가 투자해 반도체 증착장비 연구·제조시설을 설립할 예정이다.
벤자민 로 ASM CEO는 “1989년에 한국과의 협력을 시작했는데, 최근 한국 사업의 급성장으로 첫 번째 공장의 부지가 부족해지면서 지난 5월 두 번째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며 “현재 건설 중인 플라즈마 증착공장과 R&D 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멕은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기관으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생명과학‧바이오, 미래 에너지까지 다양한 분야의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SML의 차세대 EUV 개발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6월 미래 전략사업 분야에서의 신기술 개발 및 시장 선도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아이멕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루크 반 덴 호브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맥 CEO는 “지속적인 기술 진보를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에 기반한 강력한 R&D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삼성, SK 등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 확대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자이스는 1846년 칼 자이스가 창립한 세계적인 광학 및 광전자 분야 선도 기업이다. 현미경과 망원경, 카메라 렌즈, 천체투영기, 측정 장비, 안경 렌즈 등 다양한 광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특히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안드레아스 페처 ZEISS CEO는 “우수한 인력과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17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광학시스템 전문기업으로 성장했고, ‘무어의 법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혁신에 매진하고 있다”며 “향후 한국과의 협력 관계를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 의료 분야로 확장해 성공 스토리를 계속 써가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