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참패 등 WBC 또 1라운드 탈락 ‘우물 안 개구리’ 비판 폭발
시즌 중 WBC 음주 파문으로 충격…항저우 AG 금메달로 세대교체 신호탄
APBC에서는 일본과도 대등한 경기…노시환-문동주 등 걸출한 미래 발견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 굴욕을 당한 한국 야구대표팀은 충격 속에 봄을 맞이했다.
지난 3월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3위(2승2패)에 그쳐 2라운드 진출에도 실패했다. 한때 준우승까지 차지했던 한국 야구대표팀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등판하지 않은 한일전에서도 참패(4-13)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로 꼽히는 야구는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국제 무대에서의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세계 야구와의 기량 차이를 체감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라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일까. 실망 속에도 한국 야구팬들은 KBO리그를 향해 식지 않는 애정을 보여줬다. 4월 1일 개막전에는 5개 구장에 모두 만원 관중을 이뤘다. 10개 구단 체제에서 개막전 전 구장 만원 관중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예상 밖 흥행 가도를 달리던 중 한국 야구는 ‘WBC 음주 파문’으로 또 충격에 휩싸였다. 김광현(SSG 랜더스), 이용찬(NC 다이노스), 정철원(두산 베어스)이 대회 기간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졸전으로 충격을 안긴 대회 기간, 선수들이 숙소를 벗어나 술을 마셨다는 사실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공개 사과를 한 이들에 대해 KBO 상벌위원회는 품위손상에 근거해 제재를 내렸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도 통하지 않을 만큼 팬들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돌아설 위기에 놓인 팬심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성적은 중요했다.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은 물론이고 성적도 어떤 대회보다 더 요구되는 분위기였다.
10월의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쉬운 무대는 아니었다. 세대교체 바람 속에 야구대표팀은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고 '25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로만 엔트리를 구성했다. 각 팀당 선발 인원을 최대 3명으로 제한했고,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구창모(NC 다이노스)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첫 경기에서 대만에 0-4 패배하며 큰 위기에 빠지는 듯했지만, 이후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결승에서 대만에 설욕하고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야구대표팀 입장에서는 ‘금메달 아니면 실패’인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한숨 돌렸다.
고무적인 것은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문동주(한화 이글스), 박영현(kt 위즈), 최지민(KIA 타이거즈) 등 젊은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잘 버텼다는 점이다. 새로운 4번 타자 노시환(한화 이글스)을 발굴했고, 양의지(두산 베어스)에게만 의존했던 ‘안방’도 김형준(NC 다이노스)이라는 걸출한 포수의 잠재력 확인은 모처럼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아시안게임이 한국 야구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대회였다면 11월에 참가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은 유망주들의 성장을 확인하며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대회였다.
예선에서 ‘우승 후보’ 일본을 상대로 1-2 석패한 한국은 결승에 다시 만난 일본을 상대로 명승부를 연출했다. 한국이 먼저 10회초 2사 3루에서 윤동희의 1타점 적시타로 앞서 갔지만,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10회말 2점을 내줘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비록 결승전에서 일본에 승부치기로 패했지만,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대표팀은 세대교체에 중점을 둔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수모와 실망, 그리고 충격에 휩싸인 채 상반기를 보낸 한국 야구대표팀은 하반기 들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APBC 준우승으로 세대교체를 알리며 새로운 희망을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