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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대선 엘시시 3선 성공…이·하마스 전쟁 덕?


입력 2023.12.19 14:35 수정 2023.12.19 15:41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이-팔전쟁 특수 경제 위기 묻혀…야권 인사 탄압 받아 불출마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 10일 수도 카이로 한 학교에서 치러진 대통령선거 투표에서 기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AFP/연합뉴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3선에 성공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테러 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이 그의 당선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엘시시 대통령은 지난주 치러진 이집트 대통령 선거에서 89.6%의 득표를 받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집트가 40%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과 30%대의 빈곤율,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폭락 등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한 군부 출신 대통령이다. 1977년 이집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엘시시 대통령은 기갑부대 사령관, 북부 사령관 등 군부 요직을 거쳤고, 2011년엔 최연소 국방부 정보국장에 올랐다. 그가 정치인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른바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이 붕괴될 무렵이이다.


2012년 6월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를 밟아 당선된 모하메드 모르시 대통령은 엘시시 정보국장을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그는 1년동안 군세력을 완벽히 장악한 뒤 2013년 7월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모르시 대통령을 몰아내고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선 후 엘시시 대통령은 모르시 전 대통령을 도왔던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을 강제 탄압하는 등 권위주의 통치로 권력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이 덕분에 2018년 대선에서 97%의 지지를 받아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이듬해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내용과 ‘대통령 3연임 금지’ 조항을 넣은 개헌안을 도입해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엘시시 정권이 맞닥뜨리고 있는 경제 위기는 심각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외환위기가 찾아았다.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는 반토막 났고, 물가상승률과 빈곤율은 치솟았다.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2월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IMF는 이집트 정부의 준비가 미흡하다며 실제 지원액을 3억 달러까지 줄였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엘시시 대통령이 높은 득표율로 3선에 성공한 것은 휴전 및 인질 석방협상을 중재해 대중의 관심을 국내 문제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돌리고 정적의 손발을 묶는데 성공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일시적 휴전 및 인질 석방협상을 중재했다.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통로를 열어 인도적 물품을 지원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개전 후 여러 차례 이집트를 찾으며 엘시시 대통령을 중요한 외교 대상으로 인정했다.


엘시시 대통령이 자국 내에서 반대 세력을 조용히 탄압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력한 야권 후보인 아메드 엘탄타위 전 의원은 대선 출마에 필요한 서명수를 채우지 못하고 선거운동을 종료했다. 엘탄타위 의원과 그의 가족, 그리고 선거운동원들은 체포되거나 구속됐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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