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옹위한 주류 기득권과 '불가근 불가원' [한동훈 비대위에 바란다 ②]

韓, 안착 위해 '친윤'과 공생 불가피

주류 도움 받되 무게 중심 잡아야

일각, 이준석과 관계 재설정 조언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DB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위촉에는 친윤(친윤석열) 주류 진영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한 전 장관의 총선 역할론에 대해 부정하는 의견은 없었지만, 그 중 실권을 가진 비대위원장으로 역할을 규정한 것은 현 국민의힘 주류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전 장관 입장에서도 비대위원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주류 진영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천관리위원회 설치부터 선거대책위원회 전환 등 실무는 물론이고 공천을 비롯한 정무적 판단을 요구하는 주요 현안에 대해 어느 정도 의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친윤 주류 진영이 현재 '국민의힘 위기론'에 책임이 있는 세력이라는 점이다. '당정 일체'를 주장하며 김기현 전 대표를 옹위했으며, 이 과정에서 연판장으로 경쟁자를 눌러 앉히는 등 당내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김 전 대표가 사퇴하고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며 일선에서 물러나긴 했다. 하지만 상징적인 조치일 뿐 기존 주류 진영의 영향력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한 전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올려 주류 진영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당대표가 사퇴해 공석이 된 지금 이 사태를 초래한 분들은 어떠한 책임을 졌느냐. 스스로 개혁하고 혁신하려는 노력을 했느냐"며 "국민은 한 장관으로부터 대한민국의 미래를 듣고자 기대하고 있는데 당내 특정 세력의 욕심으로 비대위원장에 앉히는 것은 흙탕물로 더럽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따라서 주류 진영에 도움을 받되 당내 여러 목소리가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한 전 장관이 무게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울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개혁 공천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일부 인사들과는 척을 질 수밖에 없는데 강력한 우군은 필요하다"면서도 "주류 세력과 공생하면서 이들이 당 전체를 압도하지 않도록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하며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관계 재설정을 제시하기도 한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1호 혁신안으로 이 전 대표 등에 대한 징계 철회를 제안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 자체로 통합적 메시지가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신당 창당의 명분과 동력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이준석 신당 스스로는 생명력이 없지만 초격차 접전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미치광이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큰 지지층을 설득하는 동시에 대국민 통합 메시지를 내놓아야 하는데 '한 전 장관이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도 21일 한 전 장관을 비대위원장에 추천하면서 "청년층과 중도층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고, 보수 지지층도 재결집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한 전 장관은 차기 정치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당내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젊은 세대와 중도층으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당원과 보수층의 총선 승리의 절박함과 결속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