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독과점 문제 디지털 경제 어두운 단면”
플랫폼 시장 독과점 빨라, 소비자·소상공인 피해
“정책·조사 조직개편 효과…사건처리 기간 단축”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플랫폼 독과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의 경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입법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공정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공정거래법으로 독과점 플랫폼 남용행위를 사후 조치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플랫폼 시장 빠른 독과점화 현상에 적시 대응하기 어려워 소상공인‧소비자 보호 및 경쟁 회복에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9일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안 핵심은 시장을 좌우하는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벌이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매출액과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별로 지배적 사업자를 정하고, 자사 우대 및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이용) 금지 등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법안에 담을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폴랫폼 시장 독과점 문제는 디지털 경제의 어두운 단면”이라며 “유럽연합(EU), 독일 등에선 플랫폼 독과점 폐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미 대응 입법을 완료했고. 다른 주요국도 플랫폼 규율법 마련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에 대해 “시장경제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며 “독과점 남용행위는 엄정히 대처해 시정해 나가야 한다는 기조에 바탕한다”고 했다.
그는 “플랫폼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원칙에 반해 소비자, 소상공인, 스타트업 선택권, 시장진입, 성장이 제한되면 안된다”며 “정부가 방치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법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으나 향후 관계부처 및 국회와 협의해 제정안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올해 중점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분야 중 ‘민생’을 꼽았다. 그는 “민생경제 근간이라 할 수 있는 33만 가맹점주를 비롯한 소상공인, 전체 사업체 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인과 여러 차례 현장에서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가맹 필수품목 거래관행 개선과 연동제 관련 하도급법 개정 등을 이뤄낸 것은 시의적절 했다”며 “장바구니 물가 고공행진 속에서 슈링크플레이션(용량은 줄이고 가격은 유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업계의 자율적 행태개선과 소비자에 정보제공 확대 방안을 이끌어 낸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상생활에 깊게 침투한 사교육 업체 거짓·과장 광고 건, 통신 3사 부당광고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실공사 관련 담합, 금융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약관 건 등이 기억에 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조사에 대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국민과 언론이 지적해주신 사안에 대해 최대한 빨리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사교육 부당광고 건은 지난 7월 조사개시 이후 약 80일만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신속한 심의(11월)를 거쳐 위법여부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조사와 정책을 분리한 조직개편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사건처리 기간이 단축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