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연체만 7400억…1년 새 19.3%↑
계속 늘어나는 대출…고금리 충격 '촉각'
국내 5대 은행이 제조업체들에게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1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75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부담에 빚을 갚지 못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는 제조업체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내년에도 제조업의 경기 회복 시그널이 분명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에 악순환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제조업체 대상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총 74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1199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제조업 대출 연체가 186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1.5% 증가했다. 하나은행 역시 1755억원으로, 국민은행은 1494억원으로 각각 39.3%와 63.6%씩 해당 금액이 급증했다. 우리은행의 제조업 대출 연체도 1269억원으로 5.0% 늘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농협은행의 관련 연체만 1018억원으로 11.3% 줄었다.
치솟은 연체율의 배경에는 역대급으로 높아진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이렇게 높은 금리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럼에도 제조업체들의 은행 대출은 여전히 확대 추세다. 그 만큼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빚을 내 버티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5대 은행의 대출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264조1343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 더 증가했다.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은 제조업 경기를 둘러싼 먹구름이 다소나마 걷힐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걸림돌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어서 회복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이번 달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앞으로 제조업 경기는 IT 경기 회복과 글로벌 재화수요 부진 완화로 회복세가 확대될 것"이라며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테크 사이클이 저점에서 반등하는 가운데, 비IT 제조업 생산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글로벌 교역도 내년 이후 점차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중국의 성장세 둔화 우려도 지속돼 제조업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소지가 있다"며 "세계무역의 분절화와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등의 경제 환경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점도 제조업 경기 회복경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