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고의 타자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일본프로야구 리그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야마모토 요시노부(25·LA 다저스)의 빅리그 투타 맞대결은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한다.
둘은 2024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 진출의 꿈을 이뤘다.
15일(한국시각)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72억원)에 계약했다. 역대 포스팅 사례로 봤을 때, 한국인 최고이자 아시아 야수 최대 규모다. 이정후는 계약금 500만 달러를 받고 연봉으로 700만 달러(2024년), 1600만 달러(2025년), 2200만 달러(2026∼2027년), 2050만 달러(2028∼2029년)를 수령한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KBO리그 타격 5관왕(타율·최다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 오르며 데뷔 첫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올 시즌은 부상 탓에 86경기(타율 0.318 6홈런 45타점) 출전에 그쳤지만, 이정후를 향한 MLB 구단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리고 첫 도전에서 총액 1억 달러를 돌파하며 MLB 진출의 꿈을 이뤘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과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놓고 “1번 타자와 중견수로서 활약할 선수”라고 소개하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야마모토도 지난 22일 LA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 달러(약 4235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를 제외하고 메이저리그(MLB) 역대 최고액 계약이다. 야마모토의 계약은 총액 기준으로 지난 2019년 뉴욕 양키스와 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4220억원)에 재계약한 게릿 콜을 뛰어넘는다.
최근 3년 연속 일본프로야구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점·승률·탈삼진) 및 퍼시픽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일본에서는 통산 172경기(897이닝) 70승29패 1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도쿄올림픽 금메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주역이기도 하다.
올 시즌 23경기 16승6패 평균자책점 1.21을 기록, 사와무라상 3연패를 달성했다. 평균 153km의 포심을 비롯해 포크, 슬라이더, 컷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소속팀 오릭스는 한신 타이거즈에 져 시리즈 전적 3승4패로 패퇴했지만, 야마모토는 일본시리즈 6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9피안타(1피홈런) 1사구 14탈삼진 1실점 완투승을 따내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ESPN 등 현지 매체들은 “다저스는 수술 여파로 2024시즌 투수로 등판하지 못하는 오타니 대신 야마모토를 1선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팀의 리드오프와 1선발로 거론되는 둘의 맞대결은 한일 야구팬을 넘어 현지 매체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3년 연속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야마모토는 일본프로야구에서 4년 연속 탈삼진왕에 등극한 특급 투수다. KBO리그 MVP에 빛나는 이정후는 최근 2년 동안 삼진 비율이 5.4%에 불과하다. 2023년 KBO리그 평균 18.2%, MLB 22.7%보다 훨씬 좋은 수치다. 2023시즌은 부상으로 시즌을 중도에 접었지만, 2021·2022 타격왕도 차지했다.
둘은 국제무대에서도 투타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지난 2019 프리미어12 결승에서 이정후는 3-5 끌려가던 8회초 셋업맨으로 등판한 야마모토를 상대로 포크볼을 공략하지 못하고 3구 삼진을 당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이정후는 “나를 3구 삼진으로 잡았던 야마모토를 기억한다. 그의 구종도 기억한다. 다시 맞대결을 가진다면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바람대로 이정후는 도쿄올림픽에서 야마모토를 만나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선발 등판한 야마모토를 상대로 1회 2루타를 터뜨렸다. 4회에는 루킹 삼진을 당했지만, 6회 무사 1루에서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뽑았다.
이제는 빅리그 무대에서 충돌을 앞두고 있다. 최근 몇 시즌 성적에서는 LA 다저스가 월등히 앞서는 것이 사실이지만, 양 팀은 NL 서부지구 라이벌 관계다. 2024시즌 MLB는 같은 지구 팀끼리 13차례 만난다. 경기일정상 둘의 첫 투타 맞대결은 4월 초나 5월 중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