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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밤샘근무 가능' 대법 선고 나온 날…피해자 산재보상도 기각됐다


입력 2023.12.28 09:59 수정 2023.12.28 10:00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대법, 지난 7일 "주52시간 안 넘기면 이틀 연속 밤샘근무 가능" 판결

해당 사건 피해자, 사나흘씩 12시간 이상 연속근무하다 뇌농양 걸려 사망

유족급여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서 거절…산재 보상 인정 못 받아

ⓒgettyimagesBank

대법원이 주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이틀 밤샘 근무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한 같은 날 해당 사건 피해자의 산업재해 보상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야근과 밤샘을 반복하며 하루 15시간 이상 항공기 시트를 세척하는 일을 반복하다 근무지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28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는 지난 7일 A씨 모친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유족급여는 산재보상보험법에 따라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에게 지급되는 급여다.


같은 날 동일한 재판부는 A씨의 사업주 B씨가 A씨에게 장시간 연장 근무를 시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원심을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주 12시간' 한도인 연장근로 시간을 계산할 때 1주간 총 근무시간에서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을 빼는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산식을 제시하며 A씨가 총 근무시간은 52시간보다 적지만 사흘 또는 나흘간 몰아서 일을 한 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리면서다.


당초 A씨에 대해선 “B씨가 운영하는 항공기 객실 청소업체에서 2013년 9월 28부터 2016년 9월 21일까지 근무하다가 2016년 11월 14일 사망으로 퇴직했다”고만 이 사건 1심 판결문에서 적혔을 뿐, 사망의 배경은 언급된 적 없다.


하지만 A씨 모친이 산재 여부를 다툰 사건에선 실제 A씨가 했던 중노동의 성격과 사망 경위가 자세히 드러나 있다.


ⓒ연합뉴스

A씨는 김포공항 옆 지하 사업장에서 항공기 좌석용 시트를 세척하는 일을 했다. 이 사업장엔 여성 근로자 26명과 남성 4명이 있어, 힘쓰는 일은 A씨 등 남성 근로자 몫이었다.


A씨가 담당했던 업무는 그중에서도 세탁을 거쳐 젖어 더 무거워진 시트를 건조기에 넣고 돌린 후 다시 꺼내는 일이었다. A씨는 통상 사나흘씩 12시간 이상 연속근무 후 하루 휴무를 얻는 방식으로 장시간 집중적으로 근로했다.


특히 사망 직전인 2016년 8월엔 평균 주 5일을 하루 14~15시간씩 일했다. A씨는 곧잘 폭음했고 피로는 더욱 쌓여갔다.


A씨는 같은 해 9월 21일 아침부터 몸이 좋지 않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을 이어나갔다.


이어 오후 8시경 사업장 내 남자 샤워실 바닥에 웅크리고 누운 채로 허우적거리는 모습으로 발견돼 병원에 후송됐다. A씨는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11월 14일 사망했다.


A씨의 사인은 뇌농양이었다. 뇌농양은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뇌 조직 내로 침투한 곰팡이에 의해 발병하는 감염 질환이다.


A씨 모친은 “A씨가 사업장에 입고된 오염된 세탁물과 유해한 작업환경으로부터 곰팡이균에 감염됐다”며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세균이 뇌까지 침투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지급 결정을 했다. A씨가 앓고 있던 알코올성 간 질환을 감염을 악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본 것이다.


이어진 소송에서도 원심은 “A씨는 고용노동부 고시(업무상 질병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서 정한 만성 피로 기준에 거의 육박하거나 초과할 정도로 과다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이상 망인의 업무상 피로는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망인의 업무상 과로와 뇌농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같은 날 대법원은 ‘주 12시간’ 한도 계산을 일별 초과근무 시간을 합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간 총 근무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된다는 판결을 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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