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 억제 조치
부동산 경기둔화 등 우려도
정부가 내년부터 기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보다 한층 강화된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한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연소득 1억원 차주의 대출한도가 최대 1억원까지 줄어들며,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고민 중이던 실수요자들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스트레스 DSR 제도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기존 DSR은 차주의 연 소득 대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원금과 이자의 비율은 은행권 40%·비은행권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대출 취급시점의 금리를 기준으로 해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에 스트레스 DSR을 새로 도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면 차주의 대출한도는 확 줄어든다. 예를 들어 내년 상반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분할상환 대출을 받을 경우 변동금리 한도는 기존 3억3000만원에서 3억1500만원으로 약 4% 줄어든다. 하반기엔 3억원으로 9% 가량이 감소하고, 후년엔 2억8000만원으로 16% 축소된다.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내 최고 대출금리와 현시점 금리간 차이를 기준으로 정해지며 1.5~3% 사이에서만 결정된다. 금리상승기에는 금리변동위험이 과소평가되고 금리 하락기에는 반대로 과대평가되는 경향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스트레스 금리 기준은 매년 6월과 12월에 산정하지만 내년 2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1월 금리기준으로 정해진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변동금리 대출이 줄어드는 효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따.
스트레스 DSR은 은행뿐만 아니라 2금융권인 저축은행·여전사(카드사)·보험사·상호금융 등 모든 업권에 반영될 예정이다. 신규취급되는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이 그 대상이다. 대환과 재약정도 포함된다. 변동형은 물론, 혼합형·주기형 대출 모두 적용된다.
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조치도 취한다. 2024년 상반기 스트레스 금리의 25%, 하반기는 50%를 적용하고, 2025년부터는 스트레스 금리를 그대로(100%)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 대출의 증액 없는 자행대환·재약정의 경우, 내년에는 스트레스 금리 적용을 유예하고 오는 2025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대출 한도는 상품별로 내년 상반기 2~4%, 하반기 3~9% 감소하고, 2025년에는 기존보다 6~1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결국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리 변동 위험을 DSR에 정교히 반영해 상환 능력을 넘는 과도한 가계 대출을 받지 않도록 하고, 고정금리 상품 비중은 확대해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모든 대출에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것이다. 특히 대출을 갚을 능력이 되는 실수요자들의 한도를 축소함에 따라 부동산 경기 둔화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더해진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DSR 규제 실효성을 강화하고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하면 그간 제기돼 온 주택담보대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장기 고정금리 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통화정책의 전달을 약화시키고, 금융시스템의 금리리스크 노출 확대로 인해 금융안정을 저해하며, 사회 전반의 주거이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