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4개사 vs 중소형사, 영업익 격차 45배
IB 리스크 대응 차 확연…올해 차별화 전망
ETF 대형 운용사 독식…소형사 생존 갈림길
금융투자업계가 갑진년 청룡의 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대하지 않았던 호황을 누렸던 대가를 지난 2년간 치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제는 재도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증시와 태영건설발 부동산PF 리스크 재점화 우려는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20년과 21년의 호황의 영광을 다시 누릴지, 22년과 23년의 고통의 시간을 다시 보낼지, 기로에 서 있는 금융투자업계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자본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악화되자 대형-중소형 증권사 간 실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와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등 잇따른 악재에도 대형사는 버텨낸 반면 중소형사는 취약점을 노출했다.
자본 규모에 따른 유동성의 차이가 사업 경쟁력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중소형사들이 마주할 환경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상반기 부동산 PF 부실화가 본격화될 수 있단 전망에 주수익원인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자산운용사들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장악력 차이로 양극화 심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올 한해 증권·자산운용 중소형사들의 생존 전략 모색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삼성·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등 국내 4대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평균은 684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의 중소형사인 유진·SK·현대차·다올투자증권의 영업익 평균은 153억원으로 두 그룹 간 45배(6689억원) 차이가 관측됐다.
개별 회사별로 살펴보면 한국금융지주가 7918억원의 영업익으로 가장 실적이 좋았고 대형사 중 영업익이 가장 적은 NH투자증권도 5903억원에 달했다. 반면 다올투자증권은 6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유진투자증권도 2·3분기 연속 영업손실로 인해 영업익 227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외에도 부국증권(595억원)·DB금융투자(335억원)·유화증권(-33억원)·한양증권(370억원)·상상인증권(36억원) 등도 대형사와 비교해 수익성이 크게 뒤쳐졌다.
이는 기업금융(IB)부문에서 대응력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에도 대형사의 경우 연간 이익과 충당금 설정액, 자본적정성 등이 받쳐줘 버텨낼 수 있었던 반면 중소형사의 경우 유동성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브릿지론, 중·후순위 본PF, 해외부동산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부동산금융에 대한 부담 수준은 대형사가 29.2%로 가장 낮고, 소형사(34.0%), 중형사(43.2%) 등의 순으로 높다.
중소형사들의 경우 올해도 IB부문에서 부진이 예상돼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부동산 PF 부실 현실화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지난해 상당수 중소형사가 국내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져) 감축과 인력 구조조정 등의 과정에서 IB기반을 스스로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리스크부담 높고 재무적 여력 취약한 업체의 경우 싸이클 회복 시점에 사업기반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며 “업체별 재무 여력에 따라 향후 사업경쟁력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업계의 경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가 더 심하단 평가다. 자산규모에서부터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과 재작년 자산총계를 모두 공시한 상위 10개 운용사의 자산총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조598억원으로 이들 외 399개 운용사의 자산총계 7조9444억원을 26.6%(2조1154억원)나 웃돌았다.
성장세도 더 가팔랐다. 상위 10개사는 직전 년도 동기(8조4911억원) 대비 자산총계 18.5%(1조5787억원) 오른 반면 같은 기간 399개 운용사는 7.7%(7조3775억원→7조944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형사의 경우 부실 운용사로 퇴출 위기에 처한 곳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최초 설립 요건인 10억원을 미달하는 운용사는 46곳에 달한는 것으로 집계됐다.
분위기를 반전할 가능성도 요원하단 평가다. 자산운용사들의 주수익원으로 ETF 사업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8일 기준 삼성자산운용(40.3%)과 미래에셋자산운용(36.9%)의 ETF 시장 점유율은 77.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권별 잠재 리스크가 여전해 중소형사들이 당장 신사업 개척 등 활로 모색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적어도 상반기에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며 향후 사업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PF 이슈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2022년 말에서 2023년 연간으로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상각을 완료했지만 적어도 2024년 상반기까지는 보수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