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알리·테무까지 경쟁자 속속 진입…판도 변화 주목
공정위, 플랫폼 갑질 사전 규제 추진에 산업 성장 위축 우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생활용품점 다이소와 중국발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여기에다 그간 자율 규제를 강조해왔던 정부가 규제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위기 돌파를 위해 최고경영자(CEO)·임원부터 조직까지 새 진용을 꾸리고 사업 경쟁력을 높여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수년간의 적자에서 벗어나 지난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쿠팡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146억원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 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18% 늘어난 8조1028억원을 기록하며 첫 연간 흑자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쿠팡은 올해도 신사업, 해외사업 확대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에 인수한 세계 최대 규모 명품 의류 플랫폼 파페치를 앞세워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명품·패션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전망이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롯데온)는 박익진 신임 대표(부사장)를 새 수장으로 맞았다. 박 대표는 맥킨지앤컴퍼니, ING생명,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팅·전략 노하우 및 경험을 쌓은 인물로, 수익성 개선 등 롯데온의 산적한 현안들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이소와 중국발 이커머스 기업들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다이소는 생활필수품 위주에서 화장품, 의류, 식품 분야까지 상품군을 확장하고 다이소몰 개편, 익일 배송 등을 도입하며 오프라인을 넘어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초저가 제품과 무료 배송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알리와 테무의 성장세도 매섭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한 해 한국인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로 월평균 371만명 증가했다.
현재 알리와 테무에서 제품을 구입하면 3~5일 가량 소요되는데 앞으로 배송 기간이 더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레이 장 알리 한국 대표는 지난해 12월6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물류센터 개설과 관련해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한국 현지 물류센터 개설을 고려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아직 이들의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향후 국내 이커머스 판도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정부가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벌이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한 것을 골자로 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을 발표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 위축 및 경쟁력 저하 등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알리 등 해외 플랫폼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